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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호 과학분야 노벨상, 삼성이 팔 걷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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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등 미래과학사업 10년간 1조5000억원 투입
국가 지원하기 어려운 분야 연구팀 최대 10년간 지원.. 실패해도 책임 묻지 않기로

한국 1호 과학분야 노벨상, 삼성이 팔 걷어붙였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세종대로 삼성전자 브리핑실에서 미래과학 사업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세계적인 학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삼성이 미래과학 사업에 총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8일 발표한 '180조원 투자 계획'에 포함된 후속 조처다. 삼성 미래과학기술육성사업은 국가 기초과학·소재·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종합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됐다. 민간기업으로는 국내 최초의 연구지원사업으로, 16일 5주년을 맞는다.

■'노벨상 타세요' 삼성은 거들 뿐

지난 5년 동안 삼성은 이 사업에 약 5400억원을 투자했다. 연구 과제별로는 기초과학 분야 149건, 소재기술 분야 132건, ICT 분야 147건 등 총 428건이다.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 국내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등과학원 등 공공연구소 46개 기관에서 교수급 1000여명을 포함해 총 7300여명의 연구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은 2022년까지 추가로 9600억원을 지원, 10년간 1조5000억원을 미래 과학기술 연구에 보태기로 했다.

삼성은 미래기술육성재단을 통해 기초과학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통해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차세대 통신, 반도체,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미래기술 지원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10~20년 앞을 내다보고 국가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육성된 기술 인력과 연구 성과가 삼성 외에 다양한 기업·대학·연구소·스타트업 등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특히 '세계적인 학자'라는 표현을 수차례 강조했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논문 개수 등 양적·학술적 기준에 치우친 국내의 연구 풍토에서 벗어나 질적·실용적인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논문)보다는 연구자가 세계적인 학자가 되고 실제 쓸 수 있는 기술 연구가 이 사업에선 먼저다.

그는 "한국의 연구 풍토는 단기·양적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노벨상과 같은 연구자를 배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전체 연구과제 중 20~30%만 성과를 내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갖고 한국의 노벨상 연구자를 배출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패해도 괜찮아~ 그것 또한 자산

연구팀은 최대 10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인원과 금액 제한은 없다. 심사위원을 설득한 만큼 연구비를 타서 쓰는 방식이다. 실제로 3년에 3억원부터 5년에 35억원까지 규모는 다양하다. 성과가 우수한 과제는 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까지 19건의 과제가 후속으로 245억원의 연구비를 추가 배정받았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 과제를 선정하는 만큼 지난 5년간 연구 성공률은 20~30%에 그쳤다. 그러나 '당연한 결과'로 보고, 오히려 '대한민국 과학 발전의 마중물'이라고 믿으면서 실망하지 않았다.

삼성은 연구가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삼성은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한 결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실패 원인을 지식자산으로 활용한다.


연구 성과의 소유권도 전적으로 연구자나 소속 기관이 갖는다. 심지어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 연구 성과를 외부에 매각할 수도 있다.

장재수 삼성 미래기술육성센터장(전무)은 "연구자가 그 기술을 외부에 매각하려고 하면 삼성전자와 우선 협상한다는 조건이 있다"며 "글로벌 경쟁사에서 가져갈 경우는 삼성전자에 소송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있다"고 설명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