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개정령 시행이 바꾼 풍경
헬스장 月 최대 6만원 내야 저작권 없는 올드팝송 틀어
업주들 공연권 개념도 생소 음원 샀어도 이중으로 부담
"가요보단 클래식이나 올드팝송을 틀려 한다. 이중으로 돈 내가며 가요를 매장에서 틀 이유가 없다." (A카페 매장)
"공연권료 내라던데, 대형몰도 아니고 99㎡(30평) 점포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공연 하겠나. 상식에 어긋난다." (C소형 유통매장)
지난 23일부터 카페, 생맥주 전문점, 헬스장 등도 공연권료를 내야 하는 저작권법 개정령이 시행되면서 소규모 카페나 주점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기 하락에 최저임금 인상과 임대료 상승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이중 과세'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제도 시행 자체를 인지하고 있는 이들도 많지 않아 상당 기간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에 개정된 저작권법 시행령 11조는 창작자의 음악 공연권 행사 범위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그간 단란·유흥주점,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만 인정하던 저작권(공연권)을 커피전문점 등 비알코올 음료점, 생맥주 전문점 및 기타 주점, 헬스장, 전통시장을 제외한 복합쇼핑몰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공연권료는 업종과 면적별로 차등 지급되는데, 카페나 술집의 경우 월 최대 2만원, 헬스장은 최대 약 6만원 정도다. 50㎡(약 15평) 미만 소규모 영업장은 납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직영점이 대부분인 대형 커피 전문점들은 이미 공연권료를 내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를 비롯한 대형 마트가 저작권이 있는 음악을 틀지 않는 것도 오래됐다. 경기 파주 중소마트 몇 곳은 아예 매장 음악 없이 영업 중이고,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흘러간 가요를 들을 수 있는 마트나 복합쇼핑몰도 드물지 않다.
개정령 시행 3일째인 지난 26일 서울과 경기도 중심 상권의 카페와 주점 곳곳을 둘러본 결과, 가요가 흘러나오는 곳은 확연히 줄었다. 대신 클래식이나 라디오를 틀어놓은 곳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카페 업주 김모씨는 "앞으로 가요는 틀지 않을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월 몇 만원이니 부담 없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있던데 몇 천원이 아까운 상황에서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멜론과 같은 음원 사이트나 CD도 돈을 내고 산 건데 왜 이중으로 부담을 해야 하나"며 분통을 터트렸다. 광화문의 또 다른 카페 업주 정모씨도 "오히려 클래식이 매장 분위기에 더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다소 생소한 공연권이란 개념에 대한 불만도 컸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별별 항목으로 떼간다"며 불만을 터트린 이들이 많았다. 공연권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공연할 권리로, 여기에는 공연물을 녹음 또는 녹화한 것을 재생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간 공연계와 학계는 해외 입법사례를 기반으로 공연권의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제도의 홍보 부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서울 우면동에서 생맥주 전문점을 운영 중인 홍모씨는 "(공연권료에 대해) 처음 들어봤다"며 '어떻게 공연권료를 납부하느냐' '어떤 음악이 포함되는지' 등을 되묻기도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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