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버스를 타 본 사람들이라면 하차벨을 눌렀을 때 따뜻한 응원 메시지가 함께 들리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승객이 하차벨을 누를 때마다 스피커에서 "기사님 안전운전 감사합니다" "식사도 꼭 챙겨드세요" 같은 승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나 마음 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준 것이다.
일명 '해피 버스 데이(HAPPY BUS DAY)'로 불리는 이 캠페인은 창립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광고대행사 오버맨의 작품이다. 오버맨을 이끌고 있는 장승은 대표(사진)는 창립 3년 만에 파고다 어학원 광고캠페인, 인천의 해피 버스 캠페인 등이 잇달아 성공을 거두며 단숨에 광고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오버맨은 에피 어워드에서 제일기획, HS애드 같은 쟁쟁한 광고대행사와 함께 2018년 올해의 광고대행사로 뽑히기도 했다. 에피 어워드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이 마케팅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관한 마케팅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상이다.
지난 4일 서울 선릉로 오버맨 본사에서 만난 장 대표는 "1년 전부터 진행해온 인천 시민참여 캠페인 '해피 버스 데이'는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바뀔 수 있게 기여했다는 면에서 일반 광고와 또 다른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버스난폭운전으로 방문객들에게 좋지 않은 첫인상을 주는 고질적인 문제로 고민했고 오버맨은 전통적인 계몽 캠페인이 아니라 참신한 발상과 혁신적인 방법론으로 해결했다. 장 대표는 "나그네 옷을 벗긴 것은 따뜻한 햇빛이듯이 뻔한 캠페인이 아닌 진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하차벨 소리를 인식하는 센서가 달린 특수 스피커를 제작해 버스기사 자리에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객이 하차벨을 누를 때마다 스피커에서는 "기사님 덕분에 편하게 다녀요" "Thank you for driving us" 등 인천시민 434명이 직접 녹음한 따뜻한 응원 메시지가 흘러 나오게 한 것.
8번과 122번 2개 노선의 버스 4대로 시작된 캠페인은 현재 29개 노선 72대까지 늘어났으며 조만간 인천시 전 노선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장 대표는 "해피 버스 데이는 강압이 아닌 유연한 유도로 스스로 행동을 바꾸게 하는 넛지 마케팅의 적용으로 버스 기사가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사실 광고로 제도를 바꾸기는 힘들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바꿀 수 있는 만큼 상당히 뿌듯한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창립 3년 만에 눈부신 성과를 거뒀지만 그의 목표는 오버맨이 단순히 광고대행사가 아닌 '문제해결 컴퍼니'로 자리잡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광고만 만들어주는 대행사가 아니라 해당 브랜드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려 한다"며 "서비스 개발이나 제품 개발 아이디어도 제공하고 브랜드 컨설팅도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브랜드가 직면한 문제에 있어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주는 문제해결 컴퍼니로 우뚝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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