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국은행이 내년 중 은행 계좌 기반 스마트폰 직불 서비스 시행을 발표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QR코드 결제 시스템 실현을 목전에 두게 됐다.
8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라온 스페셜 리포트에 따르면 QR코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보장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데이터 저장∙접근 능력이다. QR코드는 설계하기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으며, 그 데이터를 통해 다른 온라인 소스로 연결돼 무한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도 해준다. 다른 하나는 그렇게 저장, 접근된 데이터를 순식간에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연결 속도다. QR코드를 스캔하는 순간, 마치 마법의 성문을 여는 요술 열쇠처럼 거기에 저장된 정보 세계와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통로가 열린다.
이처럼 빠른 처리 속도는 QR코드의 명칭에도 숨어있다. QR은 잘 알려진 것처럼 ‘빠른 반응(Quick Response)’의 약자다. 원래 공장이나 상점에서 상품을 분류하려는 목적으로 탄생했지만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활용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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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전신은 ‘1D 바코드’
QR코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바코드(bar code) 얘기부터 꺼내야 한다. 희고 검은, 그리고 각기 다른 두께를 지닌 띠가 세로로 나란히 세워진 바코드는 1948년 미국의 한 식료품업자가 판매용 물품에 분류 번호와 특성이 기입된 표지를 일일이 붙이다 폭주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당시 식료품업자의 의뢰를 받은 건 미국 드렉셀대학교 공과대학의 노먼 우들랜드 학생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고 흰색은 빛을 반사하니 그 간격을 활용, 아라비아 숫자나 알파벳을 표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그것. 코드 생성엔 자외선 감응 잉크와 스캐너가 동원됐다. 우들랜드는 학교까지 그만두고 바코드(전용 스캐너) 개발에 착수,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1D 바코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D 바코드는 호황가도를 달리던 세계 경제가 주춤거리기 시작하며 등장했다. 1D 바코드와 달리 정사각형 평면을 활용하는 2D 바코드가 등장한 건 1994년, 일본 산업기기 제조 기업 덴소 웨이브에서였다.
산업용 기기는 그 성격상 일상 용품에 비해 훨씬 적은 수량으로 제조된다. 변종도 많은 편이다. 당시 상품 분류 표시에 쓰이던 방법은 토요타자동차에서 개발된 ‘칸반(Kanban)시스템’. 1D 바코드 외에도 열네 가지나 되는 특성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기입해야 할 뿐 아니라 스캐너나 육안으로 읽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 여러모로 불편했다. 1980년대 ‘거품(bubble)경제’ 시기가 지나가고 생산 유형이 ‘다품종 소량 생산주의’로 바뀌면서 칸반시스템의 불편은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토요타자동차는 덴소 웨이브에 새로운 상품 분류 표시법 개발을 주문했고, 그 결과 하라 마사히로가 이끄는 팀에 의해 2D 바코드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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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발전으로 성장한 QR코드
날로 다양해지는 산업 제품 분류 방식을 합리화하기 위해 발명된 만큼 초창기 2D 바코드는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쓰였다. 이 판도를 바꾼 건 흥미롭게도 모바일 기기 보급이었다. 2D 바코드를 스캔, 그 속에 담긴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장치가 스마트폰 앱 형태로 개발되면서 사용자가 급증한 것. 최근엔 아예 2D 코드 스캐너가 빌트인 형태로 탑재된 기기도 늘고 있다. 2D 바코드가 빠른 속도로 보급될 수 있었던 비결은 또 있다. 2D 바코드 중에서도 가장 먼저 개발된 QR코드가 누구나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공개된 것이다.
공공 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과 QR코드의 만남은 더없이 강력하다. 열차와 지하철은 물론이고 자전거∙버스∙택시, 심지어 비행기를 탈 때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도 QR코드 활용은 점차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요즘은 클래식 음악 소개 책자에도 QR코드가 쓰인다.
특정 음악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 옆에 QR코드를 인쇄하면 해당 음악 연주 영상 감상이 가능한 유튜브 화면으로 연계해주는 것.
QR코드의 활용 분야는 이 밖에도 다양하다. 레스토랑 테이블마다 부착된 QR코드는 스마트폰 메뉴판으로, 택시 좌석 옆에 붙어있는 QR코드는 운전자 정보 카드로 순식간에 변신할 수 있다. QR코드의 미래가 고무적인 건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데 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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