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포럼안 금감원 받아들여..블록체인 자문단장 선임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강조한 레그테크는 숨은 주역이 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선임자문위원)와 곽기웅 한국어음중개 대표가 주인공. 최 박사는 코스콤, 한국어음중개, 학계, 업계 등과 함께 민간 차원 연구 및 논의의 장을 만들었고 금융당국까지 움직이게 됐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생체인증 등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 금융규제를 충족시키는 것을 뜻한다.
첫 시작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초 레그테크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했지만, 개념조차 생소했다. 당시 국내에 공식적인 레그테크 솔루션 회사도 없었다. 기존 금융권 컴플라이언스 솔루션 개발업체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수면으로 드러나는 정도였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이 2015년 상반기부터 레그테크를 통한 규제 및 기술의 통합을 시도한 것도 촉발의 계기가 됐다. 기술 변화에 발맞춰 선진국 금융당국이 움직이고 있는데 "국내는 뭐하고 있는가"라는 지적도 한몫했다.
당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은 자금세탁방지(AML),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 등 일부 규제와 관련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해외 금융기관 대비 미진했다"며 "레그테크의 도입으로 감독당국에 대한 정기·수시보고를 자동화 할 수 있고, 조직문화, 직원들의 행동을 분석해 내부 통제, 불완전판매 모니터링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키도 했다.
이런 레그테크에 대한 움직임은 윤 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핀테크 타운홀 미팅’에서 한 말을 통해 본격화됐다.
윤 원장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IT 발전에 따라 금융서비스는 지능화·자동화되는 한편 금융규제는 복잡화·다기화되면서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의 규제 준수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금융회사의 규제 준수 업무를 IT를 통해 비대면화·자동화하고자 레그테크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감원은 국내 레그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 최초로 머신 리더블 레귤레이션(MRR)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핀테크 기업의 업무 효율성이 대폭 향상되고 신생 핀테크 기업 창업 활성화에 따른 청년 일자리 창출, 소비자에게 더 좋은 금융상품과 서비스 등장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MRR 사업은 금융관련 법규(Regulation)를 기계(Machine)가 인식할 수 있는(Readable) 언어로 변환해 금융회사의 준법감시 업무를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이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레그테크’의 일환이다.
금감원은 우선 전자금융거래법상 업무보고서 규정을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해 금융회사가 자동으로 관련 보고서를 작성ㆍ제출하는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이어 관련 규정이 개선될 때 업무보고서가 자동으로 변경되는지를 검증한 뒤 다른 금융 관련 법규로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고서 작성 오류, 지연 제출 등의 문제가 개선되고 인력이 부족한 핀테크 기업의 보고서 작성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섭테크도 진행한다.
섭테크는 금융감독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로 최신 기술을 활용해 금융감독 업무를 효율적·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법을 의미한다. 윤 원장은 섭테크 활성화를 위해 AI 약관 심사 시스템 시범 구축, 금융감독 챗봇 시범 구축, 전자 금융사기 방지 알고리즘 개발 등을 추진한다.
최 박사는 레그테크 등 금융연구원의 미래금융연구센터장으로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말에는 금감원 블록체인 자문단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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