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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미생, 세계 곡물 시장을 누비다

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 최서정 / 미래의창

[책을 읽읍시다] 미생, 세계 곡물 시장을 누비다

수천 년 전부터 지구를 좁다고 여기고 동서남북 사방 천지로 바다, 사막, 초원을 헤치며 다닌 장사꾼의 삶. 오래전 그들이 오가던 항구와 도시, 험지와 오지, 논밭과 바닷길을 나침반 삼아 트레이더는 종횡무진 세계를 누빈다. 끊임없이 그 뿌리를 생각하며 또 새로운 길을 낸다.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종합상사는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이었고 '상사맨'이 최고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종합상사는 외환위기를 딛고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고 해외 농장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업,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가며 오늘날도 여전히 우리 산업계의 한 축을 이끌어간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부터 취업, 술자리, 야근 등 매번 답답한 규제에 부딪치는 한계의 땅이자 금융과 회계를 몰라도 상사맨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한 대한민국이기에 보다 큰 꿈과 더 넓은 세계가 있다. 끊임없이 뻗어 있는 그 길을 따라 상사맨은 오늘도 비행기에 오른다.

아무리 돈 버는 것이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곡물에 담긴 다양한 문화와 유구한 역사를 익혀나가는 것이 곡물 트레이더의 세계다. 외환 트레이더나 채권 트레이더는 얼핏 들어봄직 한데 '곡물 트레이더'라는 말은 조금 낯설다. 저저자는 국내 최초 전 세계 곡물 거래기관인 '런던곡물거래업협회(GAFTA)'가 인증한 곡물 트레이더다.

'곡물 트레이더'는 전 세계 곡물 시장에서 거래를 진행한다. 영화 '설국열차'를 본 이들은 열차 끝칸 사람들의 유일한 식량이었던 '단백질 블록'을 기억할 것이다. 거무튀튀한 양갱처럼 생긴 그것의 재료가 바퀴벌레였다는 것이 당시에는 충격이었으나 언젠가부터 한국에도 식용 곤충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생겨났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수, 지구의 한정된 자원의 고갈 탓에 식량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는 공포와 함께 세계는 지금 식량 전쟁터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치고 있다. 특히 대다수 문화권의 주식인 곡물은 인간의 생존과 역사를 함께 해왔고 지금 이 전쟁에서의 핵이기도 하다.


눈 떠서부터 감을 때까지 그 핵을 다루고 오대양 육대주를 제집처럼 넘나들며 곡물 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람, 곡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나서는 사람이 바로 곡물 트레이더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일터인 트레이더는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 트레이더와 소통하고, 갑작스럽게 발생한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당장 내일 비행기를 타고 타국으로 향하기도 한다. 역동적인 그의 경험담을 따라가다 보면 트레이더의 낮과 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