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꼭 가야할 관광지로 왕궁, 왓포, 왓아룬이 거론되는데 왕궁은 입장료가 비싸고 사람이 많고 넓어 보다가 진이 빠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방콕 여행을 검색하다보면 계속 나오는 하나의 랜드마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왓아룬이다. 왓아룬은 짜오프라야 강을 사이에 두고 방콕 왕궁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나의 계획은 늦은 오후에 왓아룬을 가서 보고 4바트(137원 정도) 밖에 안한다는 수상버스를 타고 왓포로 건너가 근처 레스토랑에서 강 건너편 왓아룬의 일몰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밖에서는 10분만 걸어도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함께 왓아룬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왓아룬을 가까이서 보는 건 포기하고 왓포만 보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왓아룬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일정을 바꿨다. 이래저래 늦어져 이마저도 불가능했고 왓포 근처 레스토랑에서 야경만 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숙소에서 해당 레스토랑 주소를 찍어 그랩을 불렀더니 기사가 왕궁 근처는 경찰이 많아 갈 수 없다고 했다. 불법인 그랩카 기사였다. 적발되면 2000바트의 벌금을 물게된다며 그랩 택시를 추천했다. 그랩카를 많이 탔기 때문에 암암리에 성행하는 서비스 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결국 그랩택시를 불러서 가는데 이 택시기사는 갑자기 '라이맨' 택시라고 그랩보다 요새 더 뜬다는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는데 '라인 맨' 이었다. 찾아보니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의 태국 법인이 지난해 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가운 마음에 기사에게 라인이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설명했으나 해당 기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라이맨'이 좋다며 그랩말고 '라이맨'을 연신 홍보했다. 부디 라인 택시가 그랩을 뛰어 넘길 바래본다.
왓아룬을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가려면 냄새나는 좁은 뒷골목을 거쳐야 했다. 코를 잡으며 집에 가고 싶다고 징징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해당 레스토랑을 마침내 찾았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야경은 장관이었다. 계속해서 수상버스로 보이는 여객선과 유람선들이 지나다녀 강임에도 불구하고 파도가 심하게 쳐서 음식에 강물이 튀길까 염려가 됐지만 이왕 왔으니 강가에서 식사를 했다. 자세히 보면 강에 쓰레기가 많고 강물도 굉장히 오염된 느낌이 들었으나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었다.
왓아룬이 잘 보이는 강가 레스토랑 자리는 한달 전에 예약을 하고 가야한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예약 없이 갔어도 바로 강 옆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여행은 예약이 무의미했다. 어떤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수가 없다.
사파리월드도 미리 예약을 했다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아이들과 해외여행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다시 오기로 다짐했다. 그 때 되면 아이들이 나와 함께 여행을 해줄지 모르겠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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