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추진하는 여당 측은 과기정통부에 완전자급제 도입을 적극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홍근·김성수 의원과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의원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단말기 완전자금제는 현재 이동통신 유통망에서 휴대폰 구입과 함께 통신서비스 가입이 같이 이뤄지는 것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하이마트 같은 곳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뒤, 약정없이 원하는 이동통신사에 가입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모바일 리서치 전문업체인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지난 17~21일 전국 20~60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관련 질문에 응답자의 49.1%가 '찬성', 23.2%가 '매우 찬성'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찬성입장을 밝힌 것이다.
통신비 인하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국감을 앞두고 또다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완전자급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다. 여당 의원들이 완전자급제를 통신비 인하의 대안으로 내세웠다. 당시 김성수 의원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완전자급제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국감 현장에 나온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완전자급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정확히 예측은 어렵지만 단말기와 콘텐츠가 분리돼 경쟁하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럽 등지에서는 길거리 양판점 등에서 쉽게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 다양한 기기가 있는 데다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이동통신 매장을 통해 휴대폰을 구입한다.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원론적으로는 완전자급제에 동의하지만, 통신사와 대리점, 유통점, 소비자 모두가 유리하도록 정교하게 접근해 법제화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과기정통부 주도로 꾸려진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도 완전자급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결론 지었다.
완전자급제에 찬성하는 쪽은 이동통신회사들의 마케팅비 축소에 따라 통신비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통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과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이 없어지면 요금 인하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해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6조8000억원에 이른다. 완전자급제 찬석 측은 이 마케팅비를 요금인하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조사들은 그동안 이동통신사 유통점을 통해 판매하던 휴대폰을 직접 판매하게 되기 때문에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출고가 인하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완전자급제를 반대하는 쪽에는 찬성 측의 주장이 기대일 뿐이라고 말한다. 특히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자사를 통해 휴대폰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소비자들에게 지원금을 주는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 마저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원금을 받지 않거나 중고폰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5% 선택약정할인을 도입했는데, 지원금이 사라지면 선택약정할인도 함께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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