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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있는 삶? 일자리 찾는 저녁될라'

'저녁 있는 삶? 일자리 찾는 저녁될라'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은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24시간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근로시간 단축 현장 안착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발표한 내용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제작비가 상승해 드라마 제작 편수가 감소하게 되면 스태프들이 일할 현장 자체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지난 7월 근로시간을 1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산업 현장의 혼란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오히려 근로자들의 고용과 소득이 감소하고 여러 업종과 직무에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6일 경총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의 원인은 다양성과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입법 현실때문으로 분석됐다. 사무기획직, 생산직, 영업직, IT직군 등 직무마다 근로형태는 천차만별인데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경총 측은 "현행 근로시간 단축은 직무의 특성과 성과 중심의 일하는 방식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며 "근로시간 총량은 줄이되 각 업무의 특성별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 맞다. 지금이라도 조속히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보완 입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유연근무제 개선을 우선 꼽았다. 유연근무제는 업무 사정에 따라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현행 유연근무제는 제도 취지가 무색할 만큼 단위기간이 짧고 도입요건이 까다롭다. 2017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3.4%, 재량근무제는 4.1%만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빙과업체는 성수기인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집중적인 생산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많은 양의 일을 하고 이후 3개월을 적게 일하는 식으로 탄력적 운영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은 최대 3개월에 불과하다.

집중 근로를 1.5개월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해 유연근무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1년까지 확대해야 한다.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도록 규정한 도입요건도 개별 근로자와의 합의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얻어 주 52시간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한시적으로 근로시간 총량 자체를 늘려야 하는 경우를 고려한 제도다. 문제는 그 대상이 ‘자연재해와 재난’으로 협소하다는 점이다.

‘직무 특성’을 고려한 재량근로제 확대도 필요하다는게 재계의 지적이다.
증권애널리스트, 카피라이터와 같은 직무가 해당된다. 이들은 업무수행 방법, 시간 배분 등에 대한 사용자의 구체적 지시 보다는 근로자 재량이 훨씬 중요하다. 경총 관계자는 "창의성·전문성을 가진 직무는 근로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현재 협소하게 규정된 재량근로제 도입 가능 직무를 시대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