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동안 빈자리였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사장이 선임됐다. 안 본부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내딛은 후 30년간 국내외 증권·자산운용사에서 잔뼈가 굵은 주식운용전문가다.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을 지내 내부사정도 잘 안다. 안팎에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643조원이 넘는 국민연금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CIO는 2200만명이 넘는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잡음도 많았다. 전임 강면욱 본부장이 지난해 7월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나면서 공단은 올초 공모 절차를 밟아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등 최종 후보 3명을 추렸다, 하지만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유력 후보였던 곽 전 대표가 강하게 반발해 논란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사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7월부터 시작한 재공모에서 안 본부장과 문재인캠프에 몸담았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이 유력주자로 꼽혔다. 하지만 재공모에서도 CIO 선임이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주 전 사장을 임명하려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안 본부장이 임명됐지만 인선과정에서 보여준 청와대와 정부, 국민연금공단의 무책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안 본부장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기금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대내외 시장변화를 살펴 새로운 투자기회 발굴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 조직의 안정화에도 노력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사실 안 본부장의 어깨는 무겁다. 정부가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추진하면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진데다 올해 수익률은 1%대로 곤두박질 쳐 국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이제 안 본부장이 해야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수익률이 1%만 올라가도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몇년은 늦춘다. 그러려면 세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채권투자 비중은 65% 이상으로 비정상적으로 높다. 수익률이 낮은 주요 원인이다. 세계 주요 연기금은 대체투자에 성공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낮은 수익률로 골머리를 앓던 일본도 마찬가지다.
기금운용 조직도 추슬러야 한다. 지난 7월 3일 기준 기금운용본부의 인원은 246명으로 정원보다 32명 부족하다. 전주 이전으로 운용역의 인기가 떨어진 탓이다. 올해 공개모집 경쟁률은 5대 1 수준이다. 2014년 경쟁률 15.7대 1과 많은 차이가 난다. 실장급 보직 8자리 가운데 중 3자리도 비어 있다.
기금 운용의 독립성도 확보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공공임대주택 등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투자를 내걸었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방향도 그쪽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대표적이다. 이달 초에는 기금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개편 계획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장의 위상이 낮아졌다는 게 투자업계의 평가다. 기금운용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까닭이다.
안 본부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독립성을 해쳐 수익률을 갉아먹을 수 있는 외부의 입김에 단호히 대처하기를 바란다. 국민연금은 세금이 아니다. 2200만 가입자의 노후자금이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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