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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보호 LA를 가다]다리 잘린채 버려진 '치치' 인간을 위로하는 영웅견이 되다

동물에게 빚진 인류 동물의 권리를 묻다 (1)미국 영웅견 시상식서 만난 테라피견 '치치'
7개 분야 영웅견 뽑아 수상 후 1마리 뽑아 '올해의 영웅견'으로
개농장서 구조된 '윌로우'는 떠오르는 영웅견으로 선정돼

[동물권 보호 LA를 가다]다리 잘린채 버려진 '치치' 인간을 위로하는 영웅견이 되다
①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베벌리힐튼 호텔에 참석한 AHA의 로빈 갠저트 회장이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동물권 보호 LA를 가다]다리 잘린채 버려진 '치치' 인간을 위로하는 영웅견이 되다
②AHA 영웅견 시상식에서 '올해의 영웅견 트로피'를 거머쥔 치치가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가면서 새로운 개념의 가족 일원이 생기고 있다. '혼밥족'이 늘어가는 가족 해체사회에서 어느덧 애완견은 사람과 함께하는 새로운 동반자로 대우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반려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취급하는 전근대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뿌리 깊은 개식용 문화의 영향으로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뒤떨어져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동물권(animal right)에 대한 인식이 높은 미국 현지를 찾아 반려동물 보호단체와 함께 올바른 동물권에 대한 심층 취재를 갖고 총 5편에 걸친 '인류는 동물에 빚 졌다' 시리즈를 기획한다. <편집자주>
[동물권 보호 LA를 가다]다리 잘린채 버려진 '치치' 인간을 위로하는 영웅견이 되다
③2018 AHA 영웅견 시상식에서 '떠오르는 영웅견' 자리를 꿰찬 윌로우의 견주 헤더(오른쪽)가 딸 루비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로스앤젤레스(미국)=강규민 기자】 "네살 된 골든리트리버 '치치(Chi-Chi)'는 한국에서 네발이 묶인 채 쓰레기통에 버려졌어요. 네발이 모두 썩어들어가 절단할 수밖에 없었죠. 운 좋게 사랑이 넘치는 미국의 한 가정으로 입양된 치치는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사람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고 오히려 사람을 돕는 테라피견이 됐어요. 용서와 강인함, 동정심을 아는 진정한 영웅입니다."-미국동물보호협회 로빈 갠저트 회장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8 미국동물보호협회(AHA)의 영웅견 시상식(American Humane Hero Dog Awards)에서는 한국에서 구조된 치치가 '올해의 영웅견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 1877년 설립된 AHA는 올해로 8번째 영웅견 시상식을 가졌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를 위해 앞장서는 파이낸셜뉴스는 한국 언론사 최초로 이번 행사에 참석해 각 분야의 영웅견들과 견주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협회는 매년 경찰견, 도우미견, 군견, 구조견, 테라피견, 떠오르는 영웅견 등 7개 분야에서 각 '영웅'을 선정해 상을 주고, 7명의 후보 중 1마리를 선정해 '올해의 영웅견'으로 지명한다. 올해에는 최초로 치치를 포함해 한국에서 구조된 개 2마리가 영웅견 후보에 올랐다.

■한국 유기견, 미국에서 '올해의 영웅견' 등극

치치는 미국 전역 국민투표를 통해 100만명 이상의 시민, 전문 심사위원 등으로부터 표를 받아 '올해의 영웅견'이 됐다. 자신을 잔인하게 학대해 죽이려 한 사람들을 용서하는 것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테라피견으로 활동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어서다. 치치는 어린아이는 물론이고 노인, 장애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 거듭났다.

치치를 입양한 엘리자베스 하웰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치치는 한국 경남 함안의 한 시골마을에 네발에 철사가 묶인 채 쓰레기봉투 사이에서 발견됐다. 사람으로부터 죽도록 버려진 개였지만, 지금은 사람을 돕는 테라피견이다"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2년 전에 페이스북을 통해 치치의 동영상을 봤는데 네발이 모두 망가져 있었음에도 사람을 향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치치에게 마음을 완전히 뺏겨버렸다"며 "치치가 힘든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치치는 수술 후 의족의 도움을 받아 자유롭게 걸으며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테라피견이 된 치치를 만난 사람들은 치치의 다정함에 마음을 연다. 장애를 가진 아이나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천사라고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개농장에서 구조된 '윌로우'는 떠오르는 영웅견 선정돼

2018 AHA 영웅견 시상식에서는 최초로 한국 출신 개가 두 마리나 영웅견 자리에 올랐다. 이 중 한국의 식용견 농장에서 구조된 열네살 노령견 '윌로우'가 '떠오르는 영웅견(Emerging Hero Dog)' 자리를 꿰찼다. 윌로우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주인으로부터 개농장에 버려졌다. 이빨도 모두 빠지고 귀도 찢어져 있었으며 건강상태도 나빴지만, 미국 네바다주에 거주하는 헤더 헤스씨와 지난 2016년 9월 처음 만났다. 한국에서 식용견농장의 개들을 구조해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 가정으로 입양보내는 세이브코리안독스를 통해서였다.

개농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윌로우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식용견 농장의 잔인함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해 떠오르는 영웅견으로 선정됐다.

헤더 헤스씨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여전히 개식용이 이뤄지고 있으나, 이를 모르거나 외면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개식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잔인함 때문이다. 개들은 평생을 뜬장에 갇혀 살다가 딱 한번 뜬장에서 나온다. 그때 잔인하게 죽임을 당해 고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윌로우는 개농장이라는 지옥에서 살아남은 생존견이다. 윌로우의 목소리를 빌려 각종 캠페인을 펼치며 개농장의 끔찍한 현실을 알리고 있다. 식용견과 애완견은 따로 구분돼 있지 않다. 사람의 대우에 따라 이분화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윌로우는 식용견 농장에서 살아남은 다른 개들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돌아다니며 잔인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다"며 "최근에는 장애를 앓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치료견 교육을 받는다. 윌로우가 식용견 농장의 개들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로 하는 모든 동물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카메라 세례 받으며 레드카펫 밟은 7마리 영웅견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AHA 영웅견 시상식은 레드카펫 행진으로 막을 열었다. 한국서 구조된 테라피견 '치치'(테라피 영웅견이자 올해의 영웅견)과 한국 식용견 농장 생존자인 '윌로우'(떠오르는 영웅견), 경찰견 '플래시'(K9 영웅견), 도우미견 '프랜시스'(올해의 도우미견), 군견 '필디'(올해의 군견), 구조견 '루비'(올해의 수색·구조견), 서비스견 '록시'(올해의 서비스견)는 한껏 차려입은 견주와 레드카펫을 걸었다. 미국의 각종 방송사들이 몰려와 견주와 영웅견들을 인터뷰했으며 개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행사의 진행을 맡은 미국 유명배우인 제임스 덴튼과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노스쇼어 애니멀리그아메리카의 대변인 베스 스턴을 포함한 스타들이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며 행사를 빛냈다.

AHA의 로빈 갠저트 회장은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영웅견 시상식은 사람과 개의 강한 유대관계를 기념하고, 영웅적인 행동을 한 평범한 개들의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 올해 8년째 열렸다"며 "영웅견들은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들의 의무를 다한다. 전쟁터에서 군인들의 목숨을 구하고, 아프거나 나이가 많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주며,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갠저트 회장은 "7개 분야의 개들 모두 영웅견이다. 그중 올해의 영웅견에 선정된 치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이 얼마나 가치있고, 그들의 충성심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행복을 주는지 일깨워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개식용에 대해서는 "개농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번에 떠오르는 영웅견으로 이름을 올린 윌로우도 식용견 농장에 버려진 개였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번에 윌로우의 사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개는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사람에게 행복과 희망을 주는 존재이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camil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