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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방식’하면 떠오르는 단어? 삽질·노비

직장인 4000명 조사해보니 업무처리 비효율적 관행 여전

국내 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대다수가 전략적 판단보다는 '주먹구구식' 업무추진, 실속보다는 겉치레가 앞서는 '보여주기식' 관행 등으로 업무처리 전반이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무방식'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비효율', '삽질', '노비', '위계질서' 등 부정어가 86%를 차지했다. 반면 '합리적', '열정', '체계적'과 같은 긍정어는 14%에 불과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사 직장인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국내 기업의 업무방식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국내기업 업무방식 종합점수를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평가했다. 부문별로는 업무 방향성(업무의 목적과 전략이 분명하다) 30점, 지시 명확성(업무지시 시 배경과 내용을 명확히 설명한다) 39점, 추진 자율성(충분히 권한위임을 한다) 37점, 과정 효율성(업무추진 과정이 전반적으로 효율적이다) 45점이었다.

업무과정이 비합리적인 이유에 대해선 '원래부터 의미 없는 업무'(50.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전략적 판단 없는 '하고 보자'식 추진관행(47.5%), 의전·겉치레에 과도하게 신경(42.2%), 현장실태 모른 체 탑다운(Top-down)전략 수립(41.8%)도 적잖은 응답을 받았다.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일 하다보니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직장인들은 자신의 워라밸 점수를 57.5점으로 평가했고 그 원인으로 불필요·모호한 업무(30.0%), 무리한 추진일정 설정(29.5%) 등을 꼽았다.

업무방식에 대한 체감도는 세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업무 합리성'에 대한 임원의 긍정적 답변율은 69.6%였지만, 사원은 32.8%를 기록해 2배 정도 차이가 났다. 특히 '동기부여'의 긍정적 답변율도 임원은 60.9%에 달했지만 사원은 20.6%에 그쳐 약 3배 차이가 났다.

이경민 이머징 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요즘 젊은 세대를 그저 워라밸만 챙기는 개인주의자로 바라보기보다 동기부여나 자기 성장을 바랄 수 없는 업무과정을 겪으며 일 대신 회사 밖 삶을 선택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오히려 이들은 자기가치 실현 욕구가 강해 동기부여만 되면 일에 몰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직장인들이 업무방식을 비효율적이라 느끼는 이유에 대해 "왜(Why)를 설명하거나 질문하지 않는 소통문화가 근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준 팀장은 특히 리더십에 대해 "현재 대다수 리더는 명확한 성공모델에 따라 하달된 전략을 이행하는 산업화 시대 '소방수형' 인재로 길러져 Why를 고민하고 협의하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상의는 또 '이심전심'과 '상명하복'을 바라는 소통문화 역시 비합리적 업무방식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