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에만 초점 맞춰 가입자수 50만 빠져나가
알뜰폰 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부를 포함해 국회까지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중심에 있던 알뜰폰은 올해 들어 이동통신 3사로 가입자수가 50만 가까이 빠져나갔다.
1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1~9월 알뜰폰에서 이동통신 3사로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수는 49만4345명이다.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수는 44만2282명이었다. 알뜰폰이 이통 3사에 5만여 가입자를 빼앗김 셈이다.
알뜰폰 가입자가 감소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기존 이통 3사를 내세워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 상향했다. 이통 3사에서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들은 매월 요금에서 25% 씩 할인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월 11GB 데이터를 주는 SK텔레콤의 '밴데데이터퍼펙트' 요금제는 월 6만5890원이지만 25%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4만9418원에 이용 가능하다. 이는 CJ헬로의 헬로모바일 '더착한데이터6GB'가 월 5만490원에 6GB 데이터를 주는 것보다 조건이 좋다.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편요금제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 제공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의 입법 움직임에 이통 3사는 이와 준하는 요금제를 잇따라 선보이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SK텔레콤 월정액 3만3000원에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를 1.2GB 제공하는 T플랜 '스몰' 요금제를 최근 출시했다.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월요금은 2만4750원이다. KT의 'LTE 베이직'도 월 3만3000원(선택약정할인 시 2만4750원)에 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의 'LTE 데이터 33'도 월 3만3000원(선택약정할인 시 2만4750원)에 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1.3GB를 이용할 수 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기존 이통 3사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알뜰폰을 위한 새로운 정책도 거의 없다. 최근 알뜰폰 지원을 위해 도매대가를 인하하고,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을 1년 연장했지만 새로울 것이 없는 데다가, 알뜰폰 정책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도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 지난 8월 바른정당 오세정 의원이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선 △동일망 사용하는 이통사-알뜰폰 간 결합할인상품 제공 △도매제공의무 제도 일몰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들도 알뜰폰 정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경우가 거의 없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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