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다이슨(Dyson)과 같은 혁신적인 브랜드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플랫폼으로서 기업과 동반성장하고 싶다.”
국내 전자제품 유통의 메카로 불렸던 용산전자상가, 엔피프틴(N15)은 지난 2015년 2월 쇠락해가는 나진전자상가 15동 지하 1층에서 문을 열었다. 나진상가 15동은 그렇게 사명이 됐다.
N15은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하드웨어 특화 액셀러레이터로 출발했다. 액셀러레이터는 가속장치(Accelerator)에서 따온 말이다. 스타트업(초기단계 기업)이 빨리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자금과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N15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집중한다. 허제 N15 대표(
사진)는 “하드웨어 창업은 일반 소프트웨어 창업보다 3배의 시간이 걸린다”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제품을 구현하고 양산하기 쉽지 않아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는 허 대표의 제조업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허 대표는 경희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공인회계사(AICPA)를 취득했다. 2011~2014년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회계사로 일하며 2013년 '3D 프린터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10개월 간 공들여 쓴 이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허 대표는 “3D 프린터의 컨셉 자체가 성장 유망한 새로운 제조업이기도 하다”며 “평소 제조업에 대한 관심이 책 출간으로 이어졌고 이후 기회가 맞아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로 창업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N15은 현재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발굴, 육성, 투자하고 있다. 아이디어부터 제품화, 사업화, 투자까지 스타트업이 겪는 모든 단계에서 맞춤형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시제품 제작 서비스인 프로토엑스(PROTO X)를 지원한다.
대기업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허 대표는 “제조업 기반의 전통 기업들은 창의적인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싶어한다”며 “현재 현대차, 폭스바겐, KT 등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엔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N15은 현재 싱가포르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올해 안에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다음달 말께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 950㎡ 규모의 R&D(연구개발) 랩을 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관투자자의 투자 유치도 진행하고 있다.
허 대표는 “하드웨어 창업은 아이디어 R&D에서 그치지 않고 제품기획과 브랜딩, 유통까지 이뤄져야 해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액셀러레이터의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입체적으로 활용해 진입장벽을 낮춘다면 다이슨, 발뮤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탄생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jk@fnnews.com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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