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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北비핵화 견인 포석

한미 국방부가 12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를 합의한 데는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려는 북미 협상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전략무기인 스텔스 전투기까지 참가해 공세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함으로써 북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한편 북미 외교적 협상에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깔렸다는 것이다.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 결정은 1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발표됐다.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경두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 문제에 모든 외교적 과정을 지속할 기회를 주도록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시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5차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에 참석한 정 장관과 매티스 장관이 회의 첫날인 19일 한미 국방회담을 통해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 결정과 맥을 함께하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비질런트 에이스는 한미 군 당국이 올해 계획했던 마지막 대규모 연합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군 당국의 이번 결정으로 연말까지 대규모 연합훈련은 없다.

그동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해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첨단 전략자산이 포함된 전투기와 폭격기 수백대가 참가하는 한미 비질런트 에이스가 개최될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작년 비질런트 에이스 때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 한미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는 남북 관계의 맥락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바탕으로 각종 긴장완화 조치가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는 남북 군사합의의 순탄한 이행에 동력을 공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 들어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 그리고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하지 않음으로써 모두 4개의 한미 연합훈련이 중지됐거나 연기됐다.

앞서 지난 8월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현재로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으나,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 연기로 북한 비핵화 촉진을 위한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기조가 재차 확인됐다.

군의 한 관계자는 "내년 3월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한미 간에 구체적인 대화는 없다"면서도 "남북 및 북미관계 여건에 따라 훈련 일정 조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