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 극복하고 마라톤·제빵·다이빙 등 도전
다음목표는 '다이브 마스터'
최진원씨가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입에 문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시대이지만 바쁜 일상에 도전을 주저하는 건 직장인들의 딜레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역경과 한계를 극복하고 끊임없는 도전의 삶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메모리사업부에 근무하는 최진원씨도 그런 주인공이다.
경기 화성 삼성전자 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근무하는 최씨는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됐다. 그 후유증으로 양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걷는 것도 불편하다. 컴퓨터 업무 처리 시에는 세 손가락만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최씨는 직장에서 '도전의 아이콘'이다. 실제로 그는 팍팍한 업무 속에서도 자전거 전국일주, 벽화봉사 활동, 제빵기술 이수, 10㎞ 마라톤 완주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다.
그런 그가 최근 스쿠버다이빙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우연하게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한 게 그의 '도전 DNA'를 또다시 깨운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최씨는 전문가급 회원들이 포진한 사내동호회의 도움으로 스쿠버다이빙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훈련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맘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손가락 때문에 안전장비 조작이 어려웠다. 잠수의 필수인 이퀄라이징도 뜻대로 안됐다.
최씨는 "물속에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는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도 많았다"며 "설상가상으로 불편한 다리에 추진력이 제대로 실리지 않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자 두려움이 밀려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두려움을 정면돌파했다. 매일 일과가 끝나면 어김없이 훈련장을 찾았다. 동호회 연습이 있는 날엔 공기통 내 공기가 소진될 때까지 수중연습을 거듭했다.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땐 마스크와 오리발을 착용하고 수영장을 수십번씩 왕복했다. 연습이 없는 날은 이론 숙지에 열중했다.
이런 노력 끝에 최씨는 실내훈련 두 달 만인 지난 8월 제주 바다에서 첫 실전에 나섰다. 깊은 바다의 한기와 선명하지 않은 시야로 잠수의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러나 동호회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서서히 안정을 찾자 아름다운 제주 바다의 실체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안정을 찾자 바닷속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해양식물과 물고기들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기억했다. 처음엔 스쿠버다이빙 도전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을 품었던 동료들도 그의 열정과 노력에 생각이 바뀌었다.
최씨는 지난 8월 31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꿈에 그리던 다이버가 된 것. 비록 다이빙 입문 단계인 '오픈 워터 다이버' 자격증이지만 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최씨는 "동호회원들이 마련해준 자격증 수여식에서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최종 목표인 '다이브 마스터'가 돼 저처럼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하는 분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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