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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볼까, 현대무용 즐길까

11월, 발레·무용계 쏟아지는 공연..국립·유니버설 국내 양대 발레단 '마타하리' '라 바야데르' 선보여
벨기에 대표 안무가 파롤린 '나티보스'..안무가 김설진 '더룸' 무용 공연도 볼만

발레 볼까, 현대무용 즐길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발레단 '돈키호테'

발레 볼까, 현대무용 즐길까
국립현대무용단 '나티보스'

발레 볼까, 현대무용 즐길까
국립발레단 '마타하리' 오픈 리허설 장면.


한동안 잠잠했던 무용계가 들썩인다. 국내 유명 발레단들이 잇단 신작과 인기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고, 발레리노 김기민을 앞세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도 내한공연을 앞두고 있다.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에서도 눈여겨 볼만한 공연들이 줄을 잇는다. 국립현대무용단이 벨기에 리에주 극장과 공동제작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국립무용단은 '댄싱9'의 스타 안무가 김설진과 협업한 색다른 한국 무용을 선보인다.

먼저 포문을 여는 무대는 국립발레단의 '마타 하리'다.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이 공연은 세계적인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가 국립발레단만을 위해 새롭게 안무한 신작. 네덜란드 출신의 여성 스파이로 알려진 마타 하리가 자유와 사랑을 찾아 무용수로 살고자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막에서는 동양의 춤을 신비로운 베일의 춤으로 선보여 20세기 최고의 댄서가 된 마타 하리의 인생 전반부가, 2막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뒤 이중 스파이 혐의를 받고 사형에 이르는 비극적 삶이 춤으로 표현된다. 주인공 마타 하리 역은 발레리나 김지영, 박슬기, 신승원이 맡았다.

비슷한 시기인 다음달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인기 레퍼토리 '라 바야데르'가 공연된다.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 출신 안무가이자 고전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러시아 황실 발레단을 위해 만든 작품.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힌두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용맹한 전사 '솔로르', 솔로르를 사랑한 공주 '감자티'의 사랑과 배신, 복수와 용서가 대서사시로 그려진다. '프티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공동주최로 올리는 이번 공연에는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주인공 니키아 역을 맡고, 지난해 '라 바야데르' 솔로르 역으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남성무용수상을 받은 데니스 로드킨이 객원 주역으로 참여한다.

국내 양대 발레단의 공연 배틀이 마무리 되면 11월 중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발레단이 '돈키호테'를 들고 한국을 찾는다. 오는 11월 15~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 공연은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퇴역한 늙은 기사 돈키호테가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의 결혼 해프닝에 휩쓸리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재작년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수상한 김기민이 바질 역으로 출연한다.

11월에는 발레뿐 아니라 주목할만한 무용 공연도 잇달아 펼쳐진다. 11월 2~3일 국립현대무용단은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 개관을 기념해 '나티보스'를 선보인다. 유럽 무용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벨기에의 대표적인 안무가인 애슐린 파롤린의 최신작으로, 지난 2016년 한국에서 세계 초연된 뒤 지난해까지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지에서 투어공연을 펼친 화제작이다.

스페인어인 '나티보스'는 우리말로 '토박이, 토착적인'이라는 뜻. 안무가 애슐린 파롤린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무언가를 창조해내려는 만남을 현대무용으로 풀어냈다. 그는 한국의 내림굿에서 본 인상적인 동작을 310가지의 몸동작으로 표현해냈다.


국립무용단과 현대무용 안무가 김설진이 협업한 '더 룸'은 11월 8~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무용수 8명의 에피소드가 콜라주처럼 펼쳐지는 이 작품에서 '방'이라는 공간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때로는 인간들이 머무른 삶 그 자체를 상징한다. 인간의 기억에 따라 변화하는 다소 특이한 이 공간에서 가구들과 소품들 또한 제각각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초현실적인 무대를 만들어낸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