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한국경제, 겨울이 오고 있다] 올 SOC 예산 14%나 삭감한 정부… 건설투자 20년래 최악

3. 내수 파수꾼, 건설업의 붕괴
규제 고삐죄는 정부
SOC 막아 지방건설사 고사..3분기 건설투자 8.6% 감소
앞날 캄캄한 건설사
재건축 규제 서울 일감 없어..중견사 수주전 밀려 더 타격

[한국경제, 겨울이 오고 있다] 올 SOC 예산 14%나 삭감한 정부… 건설투자 20년래 최악

"건설경기가 이렇게 빨리 악화된 적은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습니다."(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실장)

한국 경제가 현재 내우외환의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제일 먼저 비상등이 켜진 산업이 바로 건설업이다. 건설업계를 뒷받침해 왔던 해외건설은 저유가로 발주 자체가 줄어들면서 건설사들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택시장마저 불투명하다. 박근혜정부 때 저금리와 주택시장 규제 완화로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건설사들의 숨통이 트였지만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 강도 높은 규제만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나타내면서 대규모 예산 삭감에 들어가 건설업계는 말 그대로 한겨울을 맞고 있다.

■20년만에 건설 투자 최저

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22조1000억원에 달했던 SOC예산을 올해 19조원으로 14.4%(3조1000억원)나 감축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2015년도 이후 계속 SOC예산을 줄이고 있으며 점점 그 폭이 커지고 있다. 2015년도 26조1000억원이던 SOC예산이 2016년 23조8000억원, 지난해 22조1000억원을 기록하더니 내년에는 18조5000억원으로 4년 전 대비 7조원이나 감소했다.

SOC예산 삭감은 지방 건설사들에는 직격탄이다. 주택시장이라도 받쳐주면 견딜 만한데 지방은 이미 미분양이 30~50%에 달할 정도로 많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아직 이자율이 낮아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아 중견사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면서 "경기가 더 어려워지고 금리가 오르거나 주택경기가 위축돼 미분양이 많아지면 사실상 부도 말고는 답이 없다"고 전했다.

SOC예산 감축과 주택시장 위축으로 건설투자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건설투자가 올해(-3.6%)에 이어 내년에도 -3%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4·4분기 3.8%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올 1·4분기 1.8%로 하락하더니 2·4분기(-1.5%)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3·4분기 들어서는 전년동기 대비 -8.6%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 -8.6%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20년만에 최저치다.

이홍일 실장은 "건설경기가 10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데 보통 정점을 찍으면 불황까지는 2년 반이 걸린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1년 만에 불황으로 가고 있고 이렇게 하락속도가 빠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주잔액 바닥 드러내"

건설사들 역시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 모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주택시장이 위축되면 해외 수주나 공공 SOC 물량이 실적을 받쳐줬다. 반대로 해외시장이 위축되면 주택시장이나 일반 건축시장이 수익을 메워줬는데 이제는 모든 사업이 다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일부 대형건설사의 영업이익이 높게 나왔지만 해외 부실 프로젝트가 줄어들고 주택실적이 늘어나서 좋아 보이는 것일 뿐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고위 임원은 "건설사들이 영업이익이 나쁘진 않아서 얼핏 보면 실적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출 자체가 줄고 있다"면서 "올해 3·4분기, 4·4분기에 대형 공사가 마무리되는 현장이 생기면 추가 수주가 없는 곳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임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서울시를 꽉 옭아매고 있다 보니 그나마 수익성 있는 서울 지역 주택사업을 할 수가 없다"면서 "지방은 수익성이 없고, 해외의 경우는 세계경제 자체가 요동치고 있어서 중동은 물론이고 진입 자체가 어려운 나라가 많다"고 말했다.


중견사들의 경우 서울에서 대형사와 브랜드 경쟁 자체가 어렵다보니 공공택지나 지방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택지공급이 적어 어려운 상황이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위주로 정책을 펼치다 보니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졌다"면서 "그렇다보니 섣불리 분양시장에 뛰어들 수도 없고 그간 수주전에서 밀려 확보한 물량도 없어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