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을 향한 엘리엇의 공세가 재가동됐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사실상 보유 현금을 전량 주가부양에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놓고 업계 안팎에선 단기수익에 집착한 황당한 요구라는 비판이 거세다. 행동주의 펀드로 위장한 투기자본의 본색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13일 저녁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파워포인트 45페이지 분량의 서신을 보냈다. 지난 8월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안한 이후 3개월만이다.
이번 서신의 주된 요구 사항은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엘리엇 및 다른 주주들과 협업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 검토 등이다. 특히, 엘리엇은 회사측이 현대차(8조~10조원)와 현대모비스(4조~6조원) 주주들에게 최대 16조원의 초과자본을 환원하고, 현저히 저평가된 현재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을 매입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초과 자본은 자본금을 제외한 이익잉여금 등을 말한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이익잉여금이 50조원을 넘지만, 그동안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투입된 자금이 반영된 금액으로 실제 손에 쥔 현금은 10조원이 안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을 총동원해 주가를 떠받치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엘리엇의 요구를 실행에 옮길 경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유동성 고갈과 리스크 대응능력 저하로 경영위기에 빠져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더구나 업황부진에 따른 실적하락과 미국발 관세폭탄 우려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업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무리한 요구라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관계자는 "기업이 번 돈을 모두 주주에게 돌려주거나 자사주매입에 소진하면 대내외 리스크에 쉽게 타격을 받게 되고, 재투자도 어려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대차그룹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증대보다 당장의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투기자본의 황당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으나 엘리엇 등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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