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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팔려서 새 아파트 못들어가요"

기존 주택매각 지연 탓..아파트 미입주 본격 급증
중도금대출 대위변제 등 건설사 재무 리스크 증가..대규모 입주지역 관리 필요

"집 안팔려서 새 아파트 못들어가요"

"집 안팔려서 새 아파트 못들어가요"


이달 말 청약제도 개편안 시행을 앞두고 분양경기가 또 하락한 가운데, 아파트 입주 상황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지방의 입주여건은 더 악화돼 경남의 경우 지난 10월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실적치가 조사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기존 주택매각 지연이 주요 미입주 이유로 꼽히면서 최근 주택 시장 침체가 미입주 물량 증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건설사가 입주자를 대신해 중도금 대출을 대위변제해야 하는 등 재무 리스크 또한 커지면서 중소 건설사의 경우 부도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만큼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책규제 영향으로 입주경기도 하락

15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전국 HO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1.5포인트 추가 하락한 67.4를 기록했다. 하반기 입주물량 증가와 정책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HOSI는 공급자 입장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 중에 있는 단지의 입주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매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전국지수, 지역별 지수, 사업자 규모별 지수, 입주율로 구성되며, 매월 이달의 실적과 다음 달의 전망을 동시에 조사해 활용한다.

서울(87.0)과 세종(83.3)이 지난달에 이어 80선을 기록했으며, 경기(71.6), 대구(77.4), 광주(70.0), 제주(71.4)가 70선, 그 외 지역은 50~60선을 보였다. 지난달 HOSI 전망치가 36.0포인트나 하락했던 세종은 3개월째 지역 내 입주예정물량이 부재한 가운데 전월대비 3.3포인트 상승하며 80선을 기록했다. 반면, 광주는 13.3포인트, 대전 11.1포인트, 경기는 10.0포인트 등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달 대단위 입주가 예정돼 있는 강원(57.8)과 충남(52.1)을 비롯해 부산(56.6), 경북(57.8)의 11월 HOSI 전망치는 50선에 불과했다. 일부 광역시와 대규모 입주물량이 집중되고 있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주택사업자들의 11월 입주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형성됐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경남은 10월 30선… 입주지원 필요

지난 10월 경남 지역의 HOSI실적치는 35.7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30선까지 떨어졌다. 이달에도 진주와 창원 등에서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가 다수 입주를 앞두고 있어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달 전국 입주예정물량은 3만8000가구다. 수도권에 전체 물량의 45%인 1만6835가구가 집중돼 있지만 지난달 최악의 입주경기를 보인 경남권에서도 5355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미입주 공포가 커진 가운데 건설사의 대위변제 부담이 커진다면 주택사업을 공격적으로 하기 어려워진다"며 "대형 건설사들은 보수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자금여력이 없는 중소 건설사들은 부도 위험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10월 입주율은 74.8%를 기록해 12개월째 70%선을 유지하고 있다. '입주율'은 조사당월에 입주지정기간이 만료되는 분양단지의 분양호수 중 입주 및 잔금납부한 호수 비중을 뜻한다. 입주자모집공고시 미분양분은 제외한다.
전국 평균은 74.8%이지만 수도권 85.4%, 서울 89.5%에 비해 지방은 72.5%로 다소 낮았다. 주요 미입주 사유로는'기존 주택매각 지연(42.6%)', '세입자 미확보(27.9%)', '잔금대출 미확보(1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주택매매거래가 감소하면서 기존 주택매각 지연의 응답 비중이 전월대비 13.2%나 증가했다"면서 "이달 대규모 민간분양 입주가 예정돼 있는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과 입주지원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