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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후폭풍] 해외투자자도 "2년만에 결정 번복, 납득 안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적법 절차 거쳐 승인하고 뒤집은 과정 석연치 않아"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 대해 재감리를 벌여 기존 입장을 뒤집는 '고의 분식회계'라는 전례 없는 결론을 내리면서 해외 투자업계에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이미 삼바 상장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승인한 사안을 스스로 뒤집은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기업가치에 비해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된 현상)를 부추기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동일사안' 세 차례 판단 번복

21일 재계와 해외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삼바 재감리 사건에 대해 중대한 회계처리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후 '금감원의 말바꾸기'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삼바가 2015년 말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에 따라 관계사로 회계 처리한 사안에 대해 세 차례나 판단을 번복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삼바 상장 당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위탁감리와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에서 공식적으로 '2015년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바는 금감원에 상장 인허가 절차를 밟아 '적합'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금감원은 2016년 말 참여연대와 정의당 등이 삼바 회계처리 의혹을 문제 제기하자 직접 감리를 벌였다. 금감원은 1년 반의 1차 감리 끝에 지난 7월 "2012~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는 종속회사(연결 기준)이든 관계회사(지분법)이든 회사의 선택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에 따라 회계처리한 것은 잘못이며 연결 기준을 유지해야 했다며 종전 판단을 번복했다.

이후 금감원은 증선위의 권고에 따라 재감리를 벌여 2012~2014년 회계처리는 회사의 선택사항이라는 1차 감리 때의 판단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2015년 회계처리도 1차 감리와 달리 '지분법' 적용이 맞다며 또다시 판단을 달리했다.

삼바 관계자는 "설사 금감원이 뒤집은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은 결과적으로 '잘못을 바로잡은 행위'로 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라며 "더욱이 당시 회계법인의 요청으로 회계기준을 변경했는데 금감원은 이를 외면한 채 고의적으로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업 투자하겠나"

삼바 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 번복은 해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비상식적이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제리코캐피털자산운용 설립자인 조시 레스닉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규제기관이 지난 2016년 내린 결정을 철회하려는 행동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금융 규제기관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는 것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금감원이 삼바가 상장 당시 활용한 회계 방법론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기업공개까지 승인했다"며 "금감원이 이미 끝난 일을 지금에 와서 되돌린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가 한국기업의 가치 하락과 해외 투자자 기피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기업연합체 관계자는 "시가총액 20조원이 넘는 삼바는 해외 투자자들도 많이 참여해 상장폐지될 거라고 보진 않지만 매매거래정지로 기업가치가 떨어질까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행정리스크가 남북관계나 노동시장 경직성처럼 한국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IFRS(국제회계기준) 원칙에 따라 필요하고 맞는 방향으로 합법적인 회계처리를 변경할 수 있는데 이를 금융당국이 범죄로 모의한 것처럼 몰아가고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