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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거래정지 시키면서 바이오기업 상장 독려?

기준없는 금융당국.. R&D 비용 자산화하더니 이번엔 적자내도 상장 가능
회계 불확실성 스스로 키워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정지 되기까지 바이오기업의 상장을 미뤄왔다. 적자기업도 상장시켜준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지만 '분식회계'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금융당국이 정반대로 나와 어리둥절하다.

-A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 부장

#. 며칠 전까지만 해도 회계처리와 관련해 바이오기업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더니 이제 와 그들을 믿고 상장시키고 투자까지 하라고 하니 당황스럽다. -국내 바이오업체 상무
금융당국의 발빠른 행보(?)가 투자자는 물론 바이오업계와 회계법인, 증권업계 모두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의 분식회계로 검찰에 고발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며 바이오업체 상장유치에 나서고 있어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바이오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자산화 결정에서 '색안경 심사'로 바이오업계의 빈축을 산 바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 셀리버리를 방문해 "4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해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신약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상장기업이 매출액 요건(30억원) 등 상장유지요건 충족을 위해 비주력사업을 병행하는 문제도 제도개선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한 이후 '성난' 바이오업계를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시점이다.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의 분식회계로 발표한 지 일주일, 통지서를 보낸 다음날 바이오기업을 찾아 투자에 나서 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날 증권 관련 게시판에는 "금융당국이 바이오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거래정지시키고, 이제와서 믿고 투자하라는 것이 말이 맞지 않다"라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1차 감리 때는 '문제없다'고 했다. 다시 보니 '고의 분식' 회계라고 말을 바꾸는 상황에서 언제 상장폐지 시킬지 모르는 금융당국을 어떻게 믿느냐"는 글도 등장했다.

금감원은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용한 회계방식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IPO를 승인했다. 그러나 한참 지난 일을 이제와 잘못됐다며 '분식회계'라는 주홍글씨를 새겼다.


회계업계와 바이오업계도 내색은 못하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회계 이슈 탓에 성장세 있는 바이오기업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더니 이제와서는 태도가 변했다"며 "연구개발에 몰두해도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시기 기업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대형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문제가 있다"며 "이처럼 금융당국의 기준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회계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