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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후아파트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잠원동 소재 '잠원훼미리', 리모델링 주택조합 입찰공고.. GS.포스코건설 등 6개사 참여
송파구 소재 성지아파트도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 중

정부의 강력한 재건축 규제로 사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되자 서울 곳곳에서 리모델링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최근 서울 청담동 청담건영이 GS건설을, 잠원동 '한신로얄'이 현대산업개발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각각 선정한데 이어 잠원훼미리도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리모델링은 재건축 사업에 비해 수익이 그리 크지는 않다. 하지만 아파트의 노후화가 심해지고 있어 무작정 재건축만 기다리기 보다는 리모델링을 통한 주거 환경 개선에 힘을 쏟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 각종 규제로 재건축 수주에 발목이 잡힌 건설사들도 적극적이다. 실제 '잠원훼미리'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포스코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 6개사가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

■청담건영, 한신로얄 이어 잠원훼미리도 시공사 선정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서 서초구 잠원동 소재 '잠원훼미리' 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지난 8일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냈다. 1992년 입주를 시작해 올해 26년 된 총 3개동 288가구 소규모 아파트로 2016년 추진위를 구성한 후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다.

이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추진한 것은 용적률이 274%에 달해 재건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적률 200% 이하 단지들은 대부분 재건축을 선택한다. 각종 인센티브 등 조건을 충족시키면 285~300%까지 상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0%대 용적률 단지들은 현실적으로 이 방법을 택하기 어려워 3개 층 수직증축이 가능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도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인허가에 관대한 편이다.

이 아파트 역시 현재 18층 높이라 3개층까지 수직증축이 가능하다. 일반분양 가구수도 30가구 넘길 수 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마감일은 내년 2월 25일이다.

특히 이처럼 리모델링으로 아파트가 재탄생하면 새로운 브랜드를 확보하면서 예전보다 시세 상승 등의 여력이 커진다. 이에 잠원동 소재 '한신로얄'도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특화 설계를 통한 리모델링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아파트도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건영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2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임시총회 개최해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일반경쟁 입찰이 두차례 유찰돼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GS건설은 이곳에 특화설계 적용하기로 했다. GS건설이 제시한 특화설계는 필로티 특화, 주차 특화, 외관 특화, 조경 특화, 단위세대 특화, 커뮤니티 특화, 시스템 특화, 조합원 특별제공 품목 등 9개다. 리모델링 최초로 아파트 최상층에 스카이브릿지를 적용해 한강조망권을 극대화 할 계획이다.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이 397%로, 500% 이상으로 올려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신축가구수는 기존 보다 29가구 증가한 269가구로 예정돼 있다. 관련법상 일반분양 가구수가 30가구 미만이면 행위허가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리모델링 공사비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GS건설이 제안한 3.3㎡당 공사비는 686만9000원(특화공사비.제경비 포함)이다.

■서울시도 리모델링 인허가 관대, 수직증축이 관건

송파구 성지아파트도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현재 298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기존 건물에 3층을 더 올려 일반분양 42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3차도 수직증축으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하고 있다. 안정성 검토 문턱을 넘지 못해 일부 설계를 변경, 내년 상반기 리모델링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2006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용산구 이촌현대는 이주와 철거만을 남겨두고 있다. 리모델링 조합은 사업계획 승인 총회를 마쳐 리모델링 허가를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 내년 하반기부터 이주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리모델링 사업이 쉽지만은 않다. 문정시영.문정건영은 18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리모델링 단지지만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3118가구 중구 남산타운아파트 역시 2차까지 유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내력벽 철거 안전 기준안 정밀검증 결과에 따라 리모델링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내력벽 철거 허용 규제가 완화돼 내력벽을 일부 철거해서 수직증축이 가능해질 경우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경험을 쌓은 건설사가 쌍용건설 외에는 딱히 없고 성공 사례도 많지 않아 조합이나 건설사 모두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나마 소규모 단지는 리모델링이 쉽지만 대단지 경우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조합간의 의견 차이가 커 사업 진척이 어렵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