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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국제회계포럼] "IFRS 도입때 논의 부족했다… 가이드라인 아직도 모호

패널토론
좌장 박세환 한국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
송창영 법무법인 세한 변호사 "법규화 과정서 논의 불충분"
황재남 삼정회계법인 전무 "모호한 권리·의무 관계 해석"
박성훈 대구지검 특수부장 "국가 특수성 감안해 적용을"
전선주 서울회생법원 판사 "회계, 다른 범죄행위 수반해"

[제10회 국제회계포럼] "IFRS 도입때 논의 부족했다… 가이드라인 아직도 모호
27일 파이낸셜뉴스와 한국공인회계사회 공동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0회 국제회계포럼에서 박세환 한국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 송창영 법무법인 세한 변호사, 황재남 삼정회계법인 전무, 박성훈 대구지방검찰청 특수부장, 전선주 서울회생법원 판사(오른쪽부터)가 패널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의 안착이 아직 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불거진 '원칙 중심 회계'에 대한 논란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비토했다.

이에 기업과 감사인(회계법인)이나 감독기관은 더 전문성을 갖추는 한편 회계처리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시스템적 프로세스를 갖춰 불확실성을 낮추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파이낸셜뉴스와 한국공인회계사회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0회 국제회계포럼' 패널토론에서 원칙 중심 IFRS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박세환 한국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이 좌장을 맡았고 송창영 법무법인세한 변호사, 황재남 삼정회계법인 전무, 박성훈 대구지방검찰청 특수부장, 전선주 서울회생법원 판사가 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원칙 중심 IFRS, 법적 불확실성 존재

패널토론 참석자들은 원칙 중심 IFRS가 아직 설익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황 전무는 "IFRS는 2008년 국내 도입하기로 했다가 2~3년의 준비과정을 거쳐서 2011년 도입됐다"며 "이 과정에서 회사들이 관련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등 준비과정을 거쳤지만 돌이켜보면 일단 기업에 내재화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칙 중심 회계가 국내에서 적용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의 관행을 꼽을 수 있다"며 "해외는 계약서의 디테일 정도나 권리의무 관계가 명확한 경우가 많아 해석 부분에서 모호성이 낮은데 국내는 모호하다보니 해석에서 견해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도 "K-IFRS의 경우 전반적으로 국제회계기준을 따르고 있고, 회계기준원이 이를 번역해 기준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기준을 번역해 형벌법규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학문적 쟁점이 K-IFRS 도입 당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회계학자의 경우 형법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고, 형법학자는 회계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준비 부족으로 인해 결국 법적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송 변호사는 "올바른 회계처리 범위를 벗어났지만 적정 절차를 준수하고, 진실성을 갖고 있음이 입증될 경우를 '답은 틀렸는데 풀이과정이 적정한 경우'와 같다"며 "이 밖에 '답은 맞는데 풀이과정이 부적절한 경우' '답만 맞는데 풀이과정이 없는 경우' 등이 있는데 사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성·시스템 갖추고 DB화 필요

회계기준과 관련해서 국제기준이라는 하나의 틀에 맞추기보다는 각 국가의 배경이나 특수성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부장은 "검사 생활을 하면서 유엔에 파견돼 국제협약과 관련한 업무를 봤는데 협약이라는 것이 원칙 중심으로 규정이 돼 있다는 점에서 IFRS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며 "각국의 법률적인 환경, 특성이나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나라가 국제협약에 가입하더라도 그것을 자국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별도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칙 중심의 회계와 관련한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선 일단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황 전무는 "첫 번째로 기업 입장에서는 전문가 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두 번째로는 어떤 동일한 사건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가 결론을 내리기 위한 과정, 그 과정에 대한 문서화를 갖춰놓고 재무정보 이용자들이 충분히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공시를 하는 재무 작성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회계처리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공하거나 판단사례가 있으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처럼 시스템적으로 프로세스가 갖춰져야 회계법인에서는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회계기준 위반이 또 다른 범죄행위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 판사는 "사법기관 판단에서 회계기준 위반 문제만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 다른 범죄행위와 수반해서 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위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염두에 두고 회계기준 적합성을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청중들도 저마다의 견해를 제시했다. 법무법인율촌의 윤세리 대표변호사는 "외국에서는 M&A할 때 '거래금액이 잘 계산됐다'는 뜻으로 변호사에게 공정의견(fairness opinion)을 받는다"며 "회계문제에 있어서도 아주 중대한 사안이 있을 경우 이처럼 보증할 수 있는 절차를 포함하면 법적 평가나 비판의 대상이 됐을 때 입증 책임을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철승 중앙대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와 관련, "명색이 경제대국이라는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이 64개국 가운데 꼴찌"라면서 "박근혜정부 시절 회계원칙 기준에 따라 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그것을 뒤집는, 이런 것을 회계원칙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취재팀 김경아 팀장, 강재웅 차장, 이정은 김미정 김현정 강구귀 최두선 기자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