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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에 이사갈 기회마저 사라져" 중산층 실수요자의 하소연

과도하게 저렴한 '로또분양'
강화된 대출규제 등 발목

"정부 규제에 이사갈 기회마저 사라져" 중산층 실수요자의 하소연

"주택정책이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만 타겟으로 삼는 바람에 정상적인 중산층은 주거이동의 기회마저 완전히 박탈당하고 있다."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가며 주택 크기를 늘려가거나 좀 더 선호하는 지역으로 옮기려는 중산층들이 주택규제의 벽에 막히면서 이로인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잇단 대출규제와 선심성 '로또 분양'에 서울 입성 길이 사실상 막혔다.

경기 하남시의 미사강변도시 한 아파트단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40대 가장 김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씨는 2001년 대기업에 입사해 경기 화성시 병점역 인근에서 전용면적 59㎡ 규모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2006년 입주했다. 외벌이임에도 두 딸의 교육비를 빼고는 돈을 절약해 지난 2012년에는 미사강변도시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미계약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까지 했다.

김 씨는 올 여름부터 현재 거주하고 있는 미사강변 아파트(전용면적 84㎡)를 팔고 주변에서 약간의 돈을 융통해 서울에서 분양되는 전용면적 59㎡ 정도의 작은 아파트를 장만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주요 지역에서 신규 분양이 있을때마다 견본주택을 찾아가 청약계획을 짰지만 번번히 당첨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6일 청약을 받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 전용면적 59㎡에 청약통장을 내밀지도 못했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3~4억원이나 저렴해 청약자가 대거 몰리면서 지역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기 때문이다.

앞서 김 씨는 지난 7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분양된 힐스테이트 신촌에서도 청약통장을 넣지 못했다. 이들 단지도 분양가가 시세보다 너무 싸게 나오기 때문에 지역1순위자들이 모두 가져갈게 뻔해서다.

실제 앞서 분양된 래미안 리더스원도 주변 시세보다 중소형 기준으로 3억원 이상 저렴했다. 또 다음달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되는 디에이치 반포도 주변보다 3억원 이상 저렴할 것으로 주변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반포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분양가를 너무 싸게 책정하면서 가수요가 더 몰려드는 것 같다"면서 "차라리 비싸게 분양받더라도 실수요자를 위해서라면 분양가를 시세에 근접하게 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방향을 틀어 서울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를 매입하려다 또 벽에 부딪혔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시세 8억원대의 미사강변도시 아파트를 매각하고 은행에서 3억원 정도를 대출받아 갈아타기를 할 생각이었지만 이번엔 강화된 대출규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10월 말부터 은행들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의무화 하면서 은행권에서는 DSR이 70%를 넘는 경우 고위험 대출로 보고 대출을 거절하고 있다.


은행에서는 김 씨가 지난해 말 자동차를 구입할 때 4000만원짜리 자동차대출을 활용한 것과 2000만원 정도의 신용대출이 있어서 추가대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 씨의 연 소득이 7000만원 정도인데 DSR 70%를 적용하면 연간 한도액을 4900만원까지 쓸 수 있지만 자동차대출이 3년만기, 연 5%의 조건으로 인해 연 1400만원의 원리금이 발생하고 신용대출은 1년 만기, 연 7%짜리여서 연간 원리금이 2140만원을 내야 해 총 4540만원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과도하게 저렴한 '로또 분양'은 실수요자를 밀어내고 자금력을 갖춘 일부 층의 또 다른 가수요를 만드는게 사실"이라며 "정상적인 갈아타기 수요자의 경우까지 막는 대출규제는 좀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