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지역 생활·문화로 파고들다
지역별 스타트업 격차 커지면서 지역생활·문화 기반한 창업 유도
강릉에 국내 첫 서핑해변 만들고 제주 원도심 유휴공간 활용 지원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견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달 30일 개최한 제1회 로컬 크리에이터 컨퍼런스에서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로컬 크리에이터가 주도하는 강원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지난달 8~10일 제주시 제주벤처마루서 열린 'J-Connect Day 2018'에 참석한 지역혁신가들이 라운드 트립을 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달라지고 있다. 대기업이 지역 스타트업을 육성했던 기존의 방식을 깨고 지역의 창업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다.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생활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창업을 유도하고, 투자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는 창업 생태계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중매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2회에 걸쳐 지역, 민간, 그리고 연결을 키워드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만들고 있는 변화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 강원도 양양의 서핑전용 해변인 서피비치는 40년간 출입이 통제됐던 군사제한구역이었다. 그러나 청년창업가와 지역혁신가들이 청정해변을 찾아내 국내 최초의 서핑전용 해변을 만들었다. 서피비치는 개장 2개월만에 방문자수가 5만여명을 넘어섰고, 연 3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한국의 보라카이'가 됐다.
서피비치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3년 전부터 진행하는 '지역생활문화 청년 혁신가' 육성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산업 기반이 약한 지방에서는 젊은이들의 창업이 쉽지 않다. 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나서면서 새로운 형태의 창업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역 문화와 생활기반을 바탕으로 지역을 혁신할 수 있는 창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강원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다. 이들은 지역혁신 지원 프로그램, 지역혁신가들의 네트워킹 활동 지원 등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혁신센터에서 문화와 생활을 활용한 창업을 유도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까지 견인하고 있다.
■지역 자연·문화 활용한 창업 키운다
강원 혁신센터는 지난 2016년부터 3년동안 70여명의 청년·지역 혁신가를 육성했다. 이들은 산업 발달에 밀려 방치된 공간을 사업공간으로 가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다. 속초 칠성조선소, 동해 논골담길 벽화 등이 대표적이다.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이 궁극적으로는 지역 혁신을 유도하는 공익으로 이어진 모델이다. 이에 청년 창업가들에게는 '지역 혁신가'라는 호칭이 붙여졌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강원도와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역생활문화 기반 청년 창업가'와 '동해안 공간 기반 청년 창업가'를 선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해안 6개 시·군에 버려진 유휴공간을 '청년이 돌아오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구상이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또 도내 창업생태계에서 취약한 창업가, 투자자간의 네트워킹인 '액셀러레이팅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청년들이 강원도 고유의 생활문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직접 사업화시키고 이를 통해 지역문화를 보존, 미래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사업화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업 생태계와 도시 재생 연결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 중점과제를 '제주형 지역혁신'으로 정하고 창업 생태계를 지역 재생 이슈와 연결시켰다. 스타트업을 원도심에 입주하게 하거나 도시 재생을 원하는 스타트업이나 지역혁신가를 육성해 지원한다. 제주지역의 주요 이슈인 원도심 재생을 지역 혁신센터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에는 '리노베이션 스쿨 인 제주'를 열었다. 제주 원도심의 유휴 공간을 활용, 지역의 가치를 찾아내고 지속성 있는 비즈니스 아이디어 발굴 장소로 만든 것이다. 4일간 24명의 참여자가 14명의 유닛마스터들과 함께 제주 원도심의 유휴공간 활용 방안을 재해석했다.
리노베이션 스쿨을 통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스타트업이 '배드라디오'다. 원도심에 있는 낡은 여관건물을 리모델링해 현대적인 호스텔로 만들어 브랜드화하는 것이 배드라디오의 목표다. 제주 혁신센터는 올해 배드라디오에 직접 투자해 육성시키고 있다.
제주 혁신센터는 '제주의 청계천'인 산지천 공간을 활성화하는 '산지놀지' 프로젝트 등도 지역 혁신가들과 진행하고 있다.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공유, 개방, 시너지, 커뮤니티를 통해 지역혁신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논의를 거치면서 지역이 혁신의 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 제주의 지역혁신은 앞으로 더 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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