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하승민(가명)씨. 최근 주말에 하루씩 근무하는 아르바이트를 채용했다. 근무시간은 8시간씩. 번거롭지만 하루 8시간씩만 일하면 '주휴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 대학생 안지영(가명)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식당과 편의점, 커피전문점에서 세 개의 알바를 구했지만 주 근무시간 다 합쳐서 45시간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업주들이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알바를 채용하지 않기 때문. 안씨는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모두 2~3시간, 주 14시간에서 14시간30분으로 주휴수당은 받지 못한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절대적으로 반대한 '주휴수당'이 현실화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주는 주휴수당 피해기 위한 방법을 찾고 근로자는 업주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알바 쪼개기'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까지 나온다. 주휴수당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55조에 근거한다.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하루 노동시간의 유급휴일(주휴일)을 줘야 한다.
■'알바 쪼개기'가 알바시장 대세 될 것
26일 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주휴수당 회피하는 법'을 묻는 질문들이 늘어나고 있다.
업주들이 가장 많이 하는 편법은 '알바 시간 쪼개기'다.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기준인 '주 15시간' 이하로 일하는 알바생만 채용하는 것이다.
한 자영업자는 "최근 '알바 쪼개기'로 구하는 구인공고가 부쩍 늘었다. 시대의 흐름이 됐다"면서 "평일 점심시간 2시간만 알바를 뽑았다. 시간이 너무 짧아 못 뽑을 줄 알았는데 이틀 만에 지원자가 10명이 넘었다"고 전했다.
물론 알바 쪼개기도 업종에 따라 온도차가 생긴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는 "카페나 편의점과 달리 요식업은 숙련도가 필요해서 일주일에 14시간만 일하면 숙달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며 "알바 쪼개기는 모두가 원하지 않은 고육지책"이라고 털어놨다.
■알바들은 '메뚜기' 신세
알바 자리가 줄어 '알바 절벽'에 부딪힌 알바생들도 울상이다. 최저임금이 올랐는데도 알바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이른바 '메뚜기 알바' 신세를 겪고 있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취업준비생 서모씨는 "편의점에서 주말 하루 7시간씩 딱 14시간 일을 하는 것으로 근무시간이 조정됐다. 다른 알바도 알아보고 있는데, 자기소개서도 제출하고 면접도 깐깐하게 보는 등 신입사원 채용하듯 알바를 뽑는다"며 "주변에는 주휴수당 때문에 업주가 압박을 줘서 주휴수당은 안 받겠다고 말한 사람도 있더라"고 전했다.
■'주휴수당 포함' 등의 위법도 늘 것
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위법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16시간 근무하는 알바생에게 시급 8500원을 주고 고용하며 '임금에 주휴수당 포함'이라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이 알바생이 일주일을 일하고 받게 되는 주급은 13만6000원. 올해 최저임금(7530원) 기준으로 받을 주급(12만480원) 보다는 높지만, 주휴시간(3.2시간)을 포함한 주급(7530원x19.2시간)인 14만4576원 보다는 적다.
주휴수당이 포함된 올해 최저시급은 9036원으로, 이 보다 적게 지급하면 위법이다.
그러나 업주들은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이런 위법행위도 한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손모씨는 "주휴수당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던 알바생들이 많아서 일단 액면 시급이 높은 걸 더 선호한다"며 "알바 공고를 낼 때 시급을 높이면 그만큼 지원하는 알바생들 수준도 높아져서 업주에겐 매력적이다. 그러나 법을 어기는 것이어서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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