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실체가 없다’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산업을 전담으로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래서 블록체인으로 뭘 할 수 있는거냐?’고 묻는다. 아직 이 물음에 대한 정답을 찾지 못했다.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바꿀 장미빛 미래를 얘기한다. 비싼 부동산을 암호화폐로 쪼개서 살 수 있고, 콘텐츠 창작자들이 중간 유통자 없이 직접 콘텐츠를 공급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도 한다. 게 된다고도 한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금방이라도 더 좋은 세상이 열릴 것만 같다.
하지만 1년 동안 블록체인 산업은 변한게 없다. 정확히 얘기하면 변할만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 여전히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로만 남아있고, 대중들이 쓸만한 서비스는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중들의 관심은 블록체인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로만 쏠렸다. 하루에도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암호화폐에 투기자금이 몰려들었다. 암호화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위해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주변 사람들이 이제는 더이상 블록체인이 뭐냐고 묻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오르는 거냐고, 이더리움은 왜 이렇게 떨어지는거냐고만 묻는다. 블록체인이 바꿀 미래에 대한 관심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2019년에는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아이디어만 얘기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상품과 서비스로 얘기해야 한다. 이용자들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이용할만한 기능형 암호화폐도 나와야 한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실체가 없다는 지적에, ‘그래도 이런게 있잖아요’라고 반기를 들 수 있어야 한다.
10년 전, 아이폰의 상륙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될때도 스마트폰으로 뭘 하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큰 모니터 화면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작은 화면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답답해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 냉소적인 반응을 한번에 뒤엎은 킬러 서비스는 무료 문자를 내세우며 등장한 ‘카카오톡’이었다.
‘카카오톡’의 등장은 돈을 내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던 피처폰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이용료를 내던 것을 무료로 해준다는 서비스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처폰을 버리고 스마트폰을 택했다. 그리고 2년 후, 카카오톡을 통해 출시된 모바일게임 ‘애니팡’은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도 재밌는 게임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전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카카오톡과 애니팡은 PC 중심이던 인터넷 산업을 스마트폰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시켰다.
블록체인에도 킬러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2019년은 블록체인 업계의 ‘증명’의 해다. 블록체인 기술이 왜 필요한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자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증명해줘야 한다.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네이버나 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를 확대했다. 두나무와 체인파트너스, 해시드와 같은 블록체인 산업에서 두각을 보이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도 올해는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하나둘씩 꺼내놓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업계의 대부분이 킬러 서비스의 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누군가는 블록체인의 카카오톡이나 애니팡을 통해 블록체인의 가치를 증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킬러 서비스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이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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