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티 아메리카(Naughty America)의 전시장에 마련된 VR 기기. 이 기기로 너티 아메리카 홈페이지에 있는 VR, AR 콘텐츠를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사진=권승현 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권승현 기자】#알몸의 남성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났다. 순간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나는 낯선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고개를 내려보니 반쯤 누워있는 내 하반신이 보였다.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놀랄 틈도 없이 낯선 남성은 콧김을 내뿜으며 다가왔다. 그의 가슴팍이 바로 내 눈 앞에 있었다. 정말로 내 눈 앞에 있는 것만 같은 생동감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11일(현지시간) 기자는 미국의 성인 콘텐츠 업체 '너티 아메리카(Naughty America)'의 CES 2019 전시관에서 가상현실(VR) 포르노를 체험했다. 이 업체는 VR·증강현실(AR)로 성인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 업계에서는 독보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너티 아메리카의 전시관에 여성은 오로지 기자 하나뿐이었다. 기자 옆에서 체험하던 한 남성은 내내 "와! 현실상황 같다(Wow! It's like real)"를 연발했다.
게임과 더불어 포르노는 VR·AR 산업을 이끄는 가장 큰 수익원이다. 지난해 7월 성인 콘텐츠 업체 'SexLikeReal'에 따르면 VR 성인 콘텐츠는 지난 2016년 이후 6000개 이상 제작됐으며, 5000만달러(약 560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또 지난 2016년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오큘러스 기반의 VR 헤드셋은 약 610만개였다. 반면 같은해 12월 한 달 동안 너티 아메리카 고객이 VR 비디오를 다운로드한 횟수는 2000만이 넘었다.
너티 아메리카의 VR·AR '19금 동영상'은 VR 기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자사 응용프로그램(어플리케이션)에서 콘텐츠를 다운 받아 VR 기기로 재생하는 방식이다. 너티 아메리카의 최고경영자(CEO)인 안드레아 로노풀로스(Andreas Hronopoulos)는 "더욱 생동감 있는 VR 경험을 주기 위해 6DoF(Degrees of Freedom)을 기반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3DoF로는 고정된 위치에서만 360도 공간 체험을 할 수 있지만, 6DoF는 전후좌우로 이동하면서도 같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너티 아메리카가 확보 중인 VR·AR 지원 콘텐츠 수는 400개가 넘는다. 남성을 위한 콘텐츠와 여성을 위한 콘텐츠 모두 다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성을 위한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이에 대해 로노풀로스CEO는 "AR과 VR은 성인들의 판타지를 일상 생활로 가져오는데 필요한 기술"이라며 "여성들을 위한 콘텐츠도 더욱 많이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너티 아메리카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다.
하지만 로놀풀로스 CEO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시장 규모로 보면 미국과 일본이 가장 큰 시장이긴 하지만, 너티 아메리카는 여러 IT 기술에 친숙한 한국도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너티아메리카(Naughty America)의 가상현실(VR) 포르노를 체험하고 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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