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품의 전달체계에 따른 핵심기술 개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풍요롭고 다채로운 최첨단 문화국가 구현’을 비전으로 하는 ‘제3차 문화기술 연구개발(R&D)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문화산업진흥기본법 4조에 근거해 예술, 콘텐츠, 스포츠, 저작권, 관광 등, 문체부 연구개발(R&D) 업무 전반을 아우르는 최상위 계획으로서,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등 전문가 간담회, 관계부처 협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 및 심의회의 의결을 거쳐 마련된 것이다.
총 2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의 성공 배경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털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특수효과(VFX) 기술이 있었고, 대금, 아쟁, 가야금 등 23종 악기의 소리를 추출해 개발된 가상 국악악기음원 저장소(라이브러리)는 ‘방탄소년단’의 ‘아이돌(IDOL)’에서 한국의 선율을 구현했다. 전국 330개 초등학교에서는 ‘가상현실(VR) 스포츠실’을 설치해 대형 체육관이 없더라도 학생들이 축구, 양궁, 야구 등 스포츠를 즐기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등에 설치된 가상현실 동화구연실에서는 어린이들이 화면에 투영된 자신의 영상과 함께 동화를 실감나게 체험하고 있다.
이는 모두 그간 문체부가 지원한 연구개발(R&D) 과제의 성과이다. 문화기술 연구개발 사업은 문화산업 현장에 밀착되어 있는 응용기술의 특성을 살려 높은 양적·질적 성과를 창출해 왔다. 문체부 연구개발로 도출된 특허 건수는 지원금 10억 원당 5.3건으로 국가 연구개발 평균의 약 2배이며, 사업화 건수는 10억 원당 3.9건으로 국가 연구개발 평균의 약 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직 한국 문화기술 수준은 ’16년 미국 대비 82%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 분야는 기업이 영세하고 대외변수에 취약해 민간의 자발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고, 문화 연구개발 예산도 국가 전체 연구개발 예산 대비 0.35% 수준(2019년 국가 연구개발 20조 5000억원 중 727억 원)에 불과해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문체부는 앞으로 문화예술·콘텐츠·스포츠·저작권·관광 분야에서 각광받을 5대 핵심기술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문화 기획·창작 지원 기술’은 출판·영화·드라마·공연·가상현실 영상 등의 창작자가 소재를 발굴하고 이야기 구조를 설계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는 협업 저작도구, 데이터 분석 기술을 의미한다. ‘지능형 콘텐츠 제작 기술’은 현실의 사람·공간·사물 등을 저비용·고품질로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다양한 조명·재질을 실감나게 구현하거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애니메이션·게임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른 유사·반복 공정을 절감하는 기술을 포함한다.
‘참여형 문화공감 기술’은 사용자의 감성특성을 추출해 문화 체험에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게임 이용자의 성향을 학습해 스스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임엔진 기술이나 개인의 행동·동작 정보를 분석하여 개인맞춤형 운동을 설계하는 기술이 포함된다.
‘문화체험 격차해소 기술’은 신체장애나 연령과 무관하게 스포츠, 웹툰 창작, 영화 감상, 관광 등을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향상하는 기술로, 사회적 약자의 신체능력을 높이고 사회활동 기회를 넓히기 위한 것이다.
‘공정한 콘텐츠 이용기술’은 불법복제 콘텐츠를 단속·식별하고 차단하며 유출원을 추적하는 기술과 함께, 저작권 위반 여부를 검색하고 대체 공유저작물을 추천받는 기술 등을 포함한다.
문체부는 ‘손에 잡히는 응용기술’인 문화기술이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도달될 수 있도록 문화서비스 전달 체계를 정비한다. 미술관·박물관 등 문화시설 내 이용자와 쌍방향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추천(큐레이션) 시스템을 보급하고, 콘텐츠 이용 시 보행 부주의, 공연 안전사고, 관광지 미아 발생 등의 위험 저감 서비스를 제공한다.
낙도·산간 지역에 독서·스포츠 문화 향유 시설을 구축하고, 장애인의 문화예술 창작·실연과 스포츠 활동을 보조하는 장비를 지원한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문화유산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 실감 콘텐츠를 제작하며 국립중앙박물관, 재외 한국문화원 등을 중심으로 체험관을 조성한다.
문체부는 자체적으로 응용기술을 개발하는 것 외에, 타 부처에서 수행하는 대형 원천·기반기술 개발에 문화산업계의 수요를 전달하고 공동 협업과제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문화유산 복원에 필요한 스캔·인쇄(프린팅) 및 주파수 기술, 스포츠 선수 가상훈련에 필요한 감지기(센서) 기술, 공간정보 기반 관광을 실현하기 위한 인공지능(AI), 데이터 기술 등이 그 예이다. 또한 기존에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문화산업 등 분야에서 좋은 쓰임새를 찾을 수 있도록 부처·기관 간 연구개발(R&D) 과제현황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성과사례 전시, 투자유치 박람회 등도 추진한다.
연구자는 마음껏 꿈을 키우고 전문성 있는 정부기관이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한다. 문화기술 인재를 전문적·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현장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문화기술에 특화된 대학·연구소 등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중소기업의 성장주기에 따른 연차·단계별 순차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기업부설창작연구소 인정요건 완화 등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개발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또한 ‘1부처 1전문기관’ 범정부 정책기조에 맞추어 현재 4개로 분산된 문체부 소속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하는 등 지원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오늘날에는 가상현실, 인공지능, 빅데이터, 3・4차원 인쇄(3D·4D 프린팅) 등 첨단기술이 문화상품의 창작-제작-유통-향유 전 단계에 걸쳐 대격변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하며, “우리 문화산업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미래 성장 동력이자 일상의 행복을 실현하는 매체로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 체계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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