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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독려하고 담합은 티 안나게… ‘성실한’ 부동산 커뮤니티

온라인 통해 지역민원 적극 개진.. 靑·지자체 청원까지 유도하기도
집값 답합 땐 오픈 채팅방 활용.. 신원 비공개로 감시망 빠져나가
이기주의 부추기는 '창구' 지적도

#1. 주민 협의도 없이 들어온다는 게 말이 됩니까. 00동 발전소 반대 청원 부탁드려요.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2. A단지 전용84 탑층 4.2억에 도장 찍는 답니다. 참고하세요. (지역 기반 비공개 커뮤니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값 담합을 처벌하겠다고 밝힌 이후 구체적인 가격 명시는 필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오픈 채팅방에서 이뤄지고 있다. 반면 지역에 필요한 민원은 적극 알리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유도한다.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과 지자체의 시민청원 등이 오히려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동산은 개인의 전 재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재산권 방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청와대 청원=지역 민원 창구

14일 가입자수가 70만명에 이르는 부동산 관련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특정 지역에 발전소를 짓는 것에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를 함께 달아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결집시키고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의 글은 하루에도 수건씩 올라온다. 3기 신도시 반대, 청약조정지역 지정을 반대 등 이미 발표된 국토부 정책에 대한 내용도 부기지수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모은 의견이 실제 정부의 의지를 꺾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말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신혼기간 중 주택을 소유한 적이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제도 개선안에 대한 반발이다. 입법예고 이후 10일간의 의견 청취 기간 동안 수백건의 반대 의견이 접수됐는데 이 역시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을 적극 개진해야 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면서 이뤄졌다.

당초 신혼기간 주택을 소유한 이력이 있으면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개선안은 기존 주택을 팔고 무주택 기간이 2년을 경과한 경우 2순위로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완화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법 개정 전 의견청취 기간에 수백건의 의견이 접수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법 적용을 받는 대상이 젊은 층이다 보니 온라인을 통한 의견 개진에 적극적인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집값담합은 비공개 커뮤니티

반대로 정부가 정한 집값 담합 행동은 피하면서 교묘하게 집값을 방어하는 행위는 공개된 커뮤니티가 아닌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집값 담합 신고를 위해서는 구체적 단지명과 신원파악이 돼야 하기 때문에 필명으로 활동하는 오픈 채팅방을 이용하거나, 해당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가입 할 수 있는 비공개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집값이 들썩인 한 지역 오픈 채팅방에서는 "어제는 얼마에 계약을 했다", "00동 00층은 얼마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으니 참고하라"는 글이 주를 이뤘다. 사실상 집값 상한선을 정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상 가격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적발이나 처벌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집값 담합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처벌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심리적 위축 수준에 그칠 수 있고, 개인 재산을 방어하기 위한 꼼수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