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소재가 증강현실 소재로 바뀐 결정적 계기
게임 소재 드라마 기회되면 또 하고 싶어
요즘 7~8살 어린이도 본방 사수하는 화제의 드라마가 있다. 바로 증강현실(AR) 게임을 드라마에 접목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증강현실 게임이 원인모를 버그로 인해 현실에 영향을 끼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게임회사 대표 유진우(현빈)는 어느날 한통의 전화를 받고 AR게임의 권리를 얻고자 스페인 그라나다로 떠난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와 연락이 두절되자 그의 누나 정희주(박신혜)에게 접근해 게임에 대한 권리를 얻고, 이 과정에서 한때 친구였으나 원수가 된 라이벌 회사 대표 차형석(박훈)과 AR게임에서 재회, 결투를 벌인다. 문제는 게임 속 형석의 죽음이 현실화되고 이때부터 게임 속 상황이 시시때때로 현실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이를 기술적으로 수준 높게 구현해낸 기술력 그리고 현실과 가상현실을 넘나드는 유려한 연출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단 2회 방송분만 남긴 상태로, 지난 13일 방송된 14회는 가구 평균 10%, 최고 11.1%를 기록하며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화제성도 높아 출연진 뿐만 아니라 이 모든 이야기를 창조한 송재정 작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송재정 작가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등 시트콤에서 이력을 쌓다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아홉번의 시간여행’ ‘W 더블유’ 등 드라마 작가로 자리잡았다.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은 타임슬립 소재로 시공간을 오갔고, ‘W’는 웹툰과 현실을 넘나들었다.
■ 송재정 작가 “웬만한 게임 다 섭렵, ‘포켓몬고’ 게임 결정적 영향”
송재정 작가는 1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한때 게임 마니아였다고 밝혔다. 웬만한 게임은 다 섭렵다고 밝힌 그는 “‘시드마이어의 문명’ ‘대항해시대’ ‘씸시티’ 등 RPG보다 전략게임을 더 좋아했다”고 했다.
이제야 게임 소재 드라마에 도전한 이유는 할리우드와 달리 우리나라의 자본력과 기술력에 의문이 있었기 때문. 그러다 2016년 ‘포켓몬 고’ 열풍이 일었을 때 여의도 광장에서 실제로 이 게임을 해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게임 아이템만 CG로 처리하면 드라마로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원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아홉번의 시간여행’을 잇는 타임슬립 3부작으로 기획했다. 하지만 ‘포켓몬 고’을 한 뒤 기존의 타입슬립 소재를 버리고 증강현실을 적용했다.
다행히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가라 제작사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무엇보다 안길호 감독을 만난 게 행운이었다고 송 작가는 강조했다. 안 감독은 조승우 배두나 주연의 ‘비밀의 숲’을 연출했다.
“안길호 감독이 나와 같은 그림을 그렸다.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드라마 시사회 보고 감탄했다. 대본보다 퀄리티가 있는 영상에 놀랐다. 내가 운이 너무 좋았다.”
방영 초기 드라마는 게임에 대한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는 “게임을 모르는 시청자도 이해할 수 있게 난이도를 최대한 낮췄다”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게임이 현실로 구현되는 초반 부분을 작업할 때 무척이나 즐거웠다.
“레벨 업이라든지, 동맹, 적 등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틀 내에서 대본을 썼다. 이 소재가 시청자에게 먹힐지 의문이 들었고, 시청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위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이 때문에 기회가 되면 게임 소재 드라마를 더 하고 싶다. “뭔가 시작하면 질릴 때까지 한다.
그래서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를 두 편이나 했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기초 수준의 게임룰만 적용했다. 다음에는 좀 더 복잡한 게임룰을 드라마에 시도해보고 싶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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