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생활유산 지정 해놓고 재개발 추진하다 여론 뭇매에 철회
올해안에 대책 내놓겠다지만 2009년·2014년 이어 또 말 바꿔
찬성측도 반대측도 "뒷북 처방"
세운3구역 토지주연합은 개인 재산권 침해 소송 준비
서울시는 재개발이 추진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해당 지역 노포 보존을 위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23일 지역 상인들이 세운3구역 내 골목에 재정비 사업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었고(왼쪽 사진), 같은 날 재개발 추진을 찬성하는 영세 토지주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개발 촉구 시위를 열고 있다. (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인 을지면옥. 연합뉴스
서울시가 최근 철거 논란에 휩싸인 을지면옥과 양미옥 등 세운상가 일대 노포 보존을 추진한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노포 등 생활유산의 강제철거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같은 서울시 방침에 늦게라도 생활유산보존에 나섰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특정 업주에 치우친 여론에 떠밀려 '뒷북 처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발표로 재개발이 잠정 중단된 세운3구역 토지주연합은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해 갈등을 예고했다.
■서울시 "사업 전면 재검토…강제철거 없을 것"
서울시는 23일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을 이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년 수립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 계획이 '역사도심기본계획'상의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추진됐다고 판단하고 이제라도 이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과 양미옥 등은 중구청과 협력해 강제로 철거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공구상가가 밀집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은 종합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추진 진행이 중단된다. 이 구역은 지난해 12월 중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지만 임차 상인의 반발이 거센 곳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수표 지구는 기존 상인의 이주대책이 미흡하고, 공구상가 철거에 따른 산업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서 종합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 진행을 위한 행정절차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수표구역 내 보전·정비 지역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소유주, 상인,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만든 뒤 협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영세 전통상인을 위해서는 공공 임대상가를 조성해 상인에게 제공하는 '공구혁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오락가락 행정에 토지주들 "행정소송 불사"
최근 을지면옥 등 유명 맛집이 철거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일어난 가운데 나온 서울시의 이 같은 재검토 발표에 찬반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관련 계획이 변경된다면 2009년과 2014년에 이어 세번째로 재개발 사업이 여론에 떠밀려 오락가락한다는 이미지를 준다는 것.
서울시가 지난 2015년 을지면옥과 양미옥 등을 보존 가치가 있는 생활유산으로 지정했던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재정비를 진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개발 찬성과 반대 측에서도 서울시 발표가 미흡하다며 추가대책을 요구했다.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인과 예술가들이 조직한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이날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발표를 환영하지만 세운3구역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 우려된다"며 "현 개발계획은 팔, 다리를 잘라내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개발에 찬성해온 세운3구역 토지주연합은 "재개발이 절차대로 진행돼온 만큼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운3구역 토지주연합 관계자는 "오늘 오전까지도 서울시측에서 좋은 소식이 나온다고 기다려보라고 했다"며 "관련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건 시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개인 재산권을 침해할 순 없다. 행정소송을 하기 위한 법률자문을 넣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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