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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분식, 회계기준 충돌에서 비롯… 고의적 아냐"

‘삼바 행정소송’ 전문가 토론회
"기업-금융당국, 회계기준 엇박자"
"주식 투자 손해본 피해자 없어"
"기준 변경 의한 일회성 이윤 반영..분식회계 몰고 간 증선위 무리수"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기준 충돌에서 비롯… 고의적 아냐"

'고의적 분식회계'를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 내린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에 대해 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조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회계기준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충돌로 해석했다. 금융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나 무리한 결정으로 기업과 소액주주 등이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평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4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행정소송 쟁점과 전망' 토론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피해자 없는 이상한 회계분식"이라며 "'회계평가 기준 변경'이 가져온 일회성 이윤 반영을 분식회계로 몰고 간 증선위가 무리수를 뒀다"고 주장했다.

■"IFRS-GAAP 엇박자에서 비롯돼"

지난 2015년 12월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한 후 이듬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조 교수는 "삼성바이오가 분식을 통해 이익을 뻥튀기하고 그 이익에 기대 상장했다고 가정해보자"며 "삼성바이오는 (상장 후) 2016년, 2017년 순손실을 기록한다. '이익 뻥튀기'가 그 수명을 다한 것인데, 오히려 (그 기간) 주가는 고공행진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식을 주장하려면 '분식에 따른 부당이득'을 특정해야 하지만, 삼성바이오 주식을 구입한 투자자가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의 적절성 이슈를 살펴보면 기업은 한국채택회계기준(K-IFRS)에 기초해 회계처리를 했고, 금융당국은 한국회계기준(K-GAAP)에 따라 회계감독을 한 엇박자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두 회계기준의 불일치에서 생겨난 게 회계분식 논쟁의 본질"이라며 "이것을 바탕으로 과실이 있다거나 고의적 회계분식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삼성바이오 주가는 미래가치가 변해서가 아니라 (회계처리 위반 시비와 같은) 정치적 요인에 의해 출렁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열린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삼상바이오의 주식 상장을 유지하고, 거래를 재개하기로 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 "증선위의 판단에 대해 암묵적인 부동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 교수는 "증선위는 2012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미공시를 지렛대로 '고의적 분식'을 이끌어냈다"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15년까지는 콜옵션 행사가 변수로 부상되지 않았다. 기업가치 변화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콜옵션이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큰 변수로 주목받지 못한 콜옵션이기 때문에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시장을 크게 왜곡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역시 "이번 사건은 종래의 회계기준인 미국식 GAAP 방식으로부터 유럽식 국제회계기준인 IFRS 방식으로 변경해서 우리 자본시장에 적용하는 과정에 명확한 회계기준을 정립하지 못해 법 적용 과정에서 혼란이 초래된 사태"라며 "금융당국은 제외하고 회사와 회계법인, 대주주는 물론 소액주주가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주목해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지 않고 연결대상으로 처리한 점을 증선위가 '과실·중과실'로 판단한 점에 대해 반박했다. 2012~2014년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이 85~91.2%에 달했으므로 연결재무제표 작성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면 그 자체가 분식회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재 변호사는 지난 22일 삼성바이오가 "증선위의 행정처분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점을 주목했다.

최 변호사는 "보통 분식회계와 관련한 집행정지는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게 일반적인데, 법원의 결정은 의외였다"며 "구속사건에서 구속되면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다는 시그널이 있는 것처럼 집행정지가 되는 걸로 봐선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이번 법원 판단에 대해 '본안에서 싸워볼 만한 논점이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