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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빅조선소 지분가치 반영땐… 한진重 자본잠식 '빨간불'

보유주식 가치 사실상 '0원' 자산유동화증권 신용도도 위태
신평사 디폴트 직전인 C급 검토

한진중공업에 대한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산업은행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체결을 맺은 지 2년7개월여 만이다. 오는 3월 2018 회계연도 결산에서 납입자본금과 잉여금을 더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가 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완전 자본잠식은 한국거래소가 정한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한진중공업의 신용도도 흔들리고 있다. 신용평가사는 한진중공업의 신용도와 연계된 자산유동화증권의 신용도를 B-에서 C등급으로 내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자본잠식 가능성 '솔솔'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2018년 결산에 필리핀 수빅조선소(HHIC-Phil) 기업회생절차에 따른 영향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회계처리 기준에 따른 보고기간 후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실적 공시 전인 올해 1~3월 중 주요 사건이나 변동된 내용은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 99.99% 지분에 대한 장부가격은 6316억원이다. 한진중공업의 재무제표상 자본총계는 5016억원이다. 수빅조선소의 지분가치를 '0'으로 반영할 경우 완전 자본잠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수빅조선소가 회생절차에 돌입해 부채 초과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회생절차의 사례를 볼 때 기존 주주인 한진중공업의 보유주식 가치는 '0'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수빅조선소의 회생절차에 따라 매출채권 및 대여금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에 대한 매출채권 관련 156억4300만원, 미수금은 6억8800만원에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같은 해 2·4분기에는 대여금 1361억4000만원을 출자전환했다. 관련 손실 규모는 2억달러(약 2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현지은행들이 수빅조선소 제작금융 4600억원(4억1200만달러) 관련 연대보증 청구권을 행사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한국법원에서 집행권원을 받아 압류에 들어 갈 수 있는데 이때 재무상태표상 우발채무가 충당부채로 바뀐다.

상장폐지 및 법정관리를 막기 위해선 기존 자본금을 다 줄이는 감자, 신규 유상증자, 출자전환을 통해 마이너스 순자산을 자본으로 바꾸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신규자금 투입은 채권단이 꺼리는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수빅조선소 법정관리에 따른 손실이 막대한 만큼 회생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신규자금을 투입하더라도 필리핀과 수빅조선소에 대한 채무재조정 협상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ABL등급 하락 '빨간불'

한진중공업의 자산유동화채권 상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금융투자 및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진중공업의 공사대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자산담보부대출(ABL)의 신용등급이 하향 검토대상에 올랐다. 현재 등급은 B-로, 한 단계 하락하면 CCC가 된다.

통상 C급 채권으로 전락하면 디폴트(D) 직전의 채권으로 여겨진다. 해당 ABL 규모는 현재 총 933억원으로 산업은행이 666억원, 우리은행 133억원, 하나은행 133억원씩 보유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시장에선 한진중공업의 신용등급이 사실상 C등급 문턱까지 온 것으로 해석했다. 해당 ABL의 신용위험이 한진중공업의 신용도에 연계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해당 ABL의 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한 것은 한진중공업의 신용도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진중공업 공사대금 채권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000억원에 대한 신용도는 최우량 등급인 A1을 유지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ABCP를 들고 있는 투자자들의 손실을 산업은행이 대신 떠안는 구조다.

한진중공업은 2016년 6월 산업은행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체결'을 맺고 자산 매각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사업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면서 필리핀 자회사 수빅조선소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ggg@fnnews.com 강구귀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