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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빨간불' 켜진 수도권… 서울도?

화성에만 세달간 8000가구 입주..수도권 남부 깡통전세 공포 확산..서울, 가능성 적지만 안심은 일러
올해 송파·강동 입주물량 쏟아져..금리인상·경기침체 등 변수로..전문가 "갭투자라면 매도를"

#최근 경기도 하남에 전세를 사는 박모(37)씨는 잔금을 치르지 못해 분양 받은 새 아파트로 이사를 못하고 있다. 집주인이 2년 전에 계약할 당시 보다 전셋값이 3000만원이나 떨어졌고 세입자도 구하기 힘들다며 보증금을 안주고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정부 규제로 추가 대출이 안되 대출도 힘들다며 보증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규모 입주 물량 증가, 전세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 하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서울은 깡통 전세가 나올 정도로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 집값 하락폭이 커지면서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용인·화성·평택·오산시 등 경기 남부권과 경남 거제 등 일부 지방의 경우는 깡통 전세가 현실화 될 수 있다.

■서울 송파·강동서 깡통전세 발생?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경우는 송파, 강동 지역이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깡통 전세 우려가 높다.

특히 헬리오시티 입주가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은 전세값이 2년 전보다 5000만원이나 떨어졌지만 9500가구의 물량이 쏟아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강동두 역시 올해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래미안 명일 솔베뉴(1900가구),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등 총 1만1001가구의 입주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깡통 전세 가능성이 적지만 마냥 안심하긴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리가 더 올라가거나 경기 침체로 인해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전셋값 하락폭 보다 커지면 깡통 전세가 대거 나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 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가 전세금 보증금 대출을 1회만 해주고 있어 집주인이 대출이 안돼 전세금을 돌려주질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특히 갭투자로 집을 산 집주인의 경우 하루 빨리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거나 매도를 하는 편이 낫다"고 전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이미 강동 지역은 보증금을 못 빼줘서 대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는 역월세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인근 하남도 3600가구, 개포도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디에이티 아너힐즈가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있어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남부 지역은 깡통 전세 공포

수도권 남부 지역인 평택·화성·오산 등은 올해 3만6000가구의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기 못하는 사례가 늘어 깡통 전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화성 동탄2 신도시도 다음달부터 오는 4월까지 약 3개월간 약 8000세대 가까이 입주가 예정돼 있어 긴장감이 감돈다.

함영진 랩장은 "아직까지 서울에서는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깡통전세 발생 위험은 작은 편"이라며 "하지만 전세가 비율이 높은 주택에 입주해 있는 세입자의 경우 보증금을 제 때 못받아 이사 시기의 불일치가 일어나거나 하는 일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자 전세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드는 전세보증 상품의 가입 건수도 2배로 늘었다.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건수는 3965건으로 이미 지난해 1월 전체 가입 건수인 1718건 보다 많다. 깡통전세에 따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지난해 1~11월 316건으로, 2017년 전체(33건)보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