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새해 벽두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1994년 넥슨을 창업한 후 25년 동안 국내 게임업계의 맏형이었던 김정주 회장이 회사를 판다는 것. 국내 게임업계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게임은 4대 질병'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규제가 김 회장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견, 무죄를 받긴 했지만 '진경준 게이트'에 연루돼 2년간 법정 싸움을 벌인 피로감 등이 회사를 내놓은 이유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넥슨이라는 굵직한 매물이 나왔고 이 상징적인 회사를 해외자본에 넘겨주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각설이 대두된 초창기에는 10조로 추정되는 큰 규모의 딜에 인수를 희망할 자본은 국내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당시에는 인수후보로 외국계 사모펀드, 텐센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최근들어 삼성, 카카오, 넷마블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이름이 거론된다. 대한민국 대표 게임기업을 대한민국 기업이 품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실현가능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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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부터 딜 진행
해외 업계로 국내 1위 기업을 넘겨줄 위기에서 현실적인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넷마블은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라 생각한다.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바, 넷마블은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인수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넷마블의 넥슨 인수는 이미 두 달 전부터 검토됐다는 지적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두 달 전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했고, 한 달 전 최종 참가를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넥슨 창업자이자 넥슨 지주사인 NXC 김정주 회장의 지분 전량 매각 소식이 언론을 통해 처음 나온 시점이 한 달 전이기 때문에 넷마블과 김 회장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1월 말은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2018'이 개최된 직후다. 당시 지스타 2018에는 주요 게임사 대표들이 총출동 했기 때문에 이 시기에 김 회장 측의 NXC 매각 계획을 전달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넷마블과 넥슨의 인수는 이미 결정됐고 분위기를 띄워 예비 입찰자들의 경쟁심을 부추겼다는 것.
실제 넥슨 인수전은 가열되는 분위기다. 회사 몸값도 높아졌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 주가는 1월 4일 1448엔에서 이달 1일 장중 1710엔까지 20% 넘게 오르며 한때 시총 15조원을 넘겼다. 1일 종가는 1671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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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에서 모든 플랫폼 '도약'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할 경우 넷마블은 국내 대형 게임사 모두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넷마블은 지난 2015년 2월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엔씨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엔씨소프트의 주식 195만주(8.89%)를 받고 넷마블의 비상장 주식 2만9214주(9.80%)를 넘겨주는 상호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에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하면 3N사의 지분 모두를 갖게되는 것.
넷마블의 이같은 행보는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평소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남다른 결단력으로 2011년부터 모바일 게임으로 과감히 체질을 개선하며 회사를 성장시킨 방 의장이 3N 지분 모두를 가지고 국내 게임계를 장악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모바일 게임만 가진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하면 모든 장르의 게임을 품을 수 있다. 이미 넷마블은 콘솔 등으로 플랫폼을 확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구글, 애플 등에 수수료를 30%를 내줘야 하는 등 비용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게임사보다는 플랫폼사에서 패권을 가지는 구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넷마블이 넥슨 인수 경쟁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1일 전해지자 투자심리도 개선됐다. 이날 넷마블 주가는 10만9500원을 기록해 전일대비 2.34% 상승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의 현금성자산과 주식보유 상태를 고려할 때 3조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들과 인수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넥슨이 보유한 다수의 지식재산권(IP)과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개발력, 글로벌 퍼블리싱 능력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텐센트의 자회사가 넷마블의 3대 주주이기 때문에 인수 전후로 상호 협의를 통한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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