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서울 전셋값 14주째 하락] 물량 폭탄 → 전셋값 급락..집값 하락 '악순환' 시작

서울 동남권 공급 급증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 시작하며 인근 지역까지 전세가격 하락
강남4구 1월 평균 1.45% 떨어져
매매가격도 동반 하락
강동 '84㎡=10억' 마지노선 붕괴..추가 입주·분양땐 하락폭 커질듯

[서울 전셋값 14주째 하락] 물량 폭탄 → 전셋값 급락..집값 하락 '악순환' 시작

서울 강동구 고덕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형의 매매가격이 1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12억5000만원에도 거래됐던 물건이 1월 중순 9억8000만원에 팔린 것이다. 2018년 1월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로 시작된 서울 동남권 물량 급증이 전세가격을 떨어뜨리고, 인접지역의 매매가격까지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공급 증가→전세 급락→매매 하락'이라는 사이클에 진입한 셈이다. 강동구에서 새 아파트 '전용 84㎡형=10억원'이라는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지면서 송파구 등 주변 아파트 가격도 함께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일 한국감정원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가격은 매매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올해 1월 아파트 가격 누적변동률을 집계한 결과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은 더 많이 떨어졌다. 또 전국 평균보다 서울이, 서울시 평균보다 서초·강남·송파·강동 등 강남4구에서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한달 동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43% 떨어질 때 전세가격은 0.51%나 하락했다. 특히 매매가격 하락을 주도했던 서울 동남권의 경우 입주물량이 쏠리면서 전세가격은 매매가보다 훨씬 더 많이 하락했다. 실제 강남4구의 1월 전세가격 누적변동률은 -1.45%다.

송파구에서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인접한 지역의 전세가격을 끌어내리는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강동구의 경우 송파구와 같은 생활권을 공유하지만 환경은 송파구에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송파구보다 전세가격 하락이 더 크다는 평가다. 실제 1월 한달 동안 송파구의 전세가격이 1.23% 내릴 때 강동구는 -1.78%를 기록했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역전세난, 깡통주택 우려와 함께 석달째 지속되고 있는 매매가격 하락세가 더 커질 수 있다.

자산가치에 해당하는 매매가격에 비해 이용가치를 우선에 두는 전셋값은 거품이 없는 가격이다. 전셋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주택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세가격 하락은 곧 매매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벌써부터 관심은 얼마까지 떨어질지로 옮겨가고 있다. 일각에서 진짜 바닥은 수분양자 입장에서 분양가에 중도금 이자 등 투입된 금융비용만을 포함한 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억원대가 깨진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의 분양가는 7억2000만~8억2800만원이다. 분양가를 감안하면 9억원 전후가 심리적 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동남권에 공급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올해 강동구에 입주가 예정된 아파트는 6월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1900가구), 9월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 12월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12월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등 1만여가구다. 여기에 둔촌주공아파트 1만2120가구도 올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동남권 아파트 가격하락을 불러온 헬리오시티 9510가구보다 2610가구 많은 물량이다.

최근 둔촌주공아파트는 매매가가 5000만~6000만원 정도 하락해 전용면적 59㎡의 경우 12억원, 84㎡는 16억원 수준이다. 특히 정부가 하남 교산동을 '3기 신도시'로 선정하면서 3만2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해 강동구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교산동은 둔촌동까지 차로 15분 거리다.


강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역시 최근 송파구청에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발을 내딛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는 122개동 5540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다. 아직 사업 초기 단지지만 향후 재건축이 진행되면 강동구까지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