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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전셋값 상투’ 잡았던 세입자들 만기… 역전세 대란 오나

2017년 7월 전셋값 정점 찍어..이사철 앞두고 집주인 전전긍긍
대출도 막혀 집팔아 보증금 줄 판..급매물 쏟아질땐 집값하락 가속

2년전 ‘전셋값 상투’ 잡았던 세입자들 만기… 역전세 대란 오나
서울 지역 전세가격이 대규모 신규 입주(예정)물량으로 인해 신규 및 기존 전세물건이 누적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강북구는 미아뉴타운 일대 물량 증가로, 서울 동남권은 송파 헬리오시티·하남 미사지구 등 대규모 신규 입주예정 물량으로 인해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10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한 상가에 매매와 전세 물건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2년 전 여름 정점을 찍었던 전셋값을 받아줄 새 수요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역(逆)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추가대출이라도 받아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대출규제가 심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주택을 급히 처분하는 사례가 나와 집값 하락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10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월 첫째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8% 떨어져 15주 연속 하락했다. 이 중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8% 하락해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처럼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올해 봄 이사 시즌에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곳곳에서 전세가격 하락 여파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제때 내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빚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송파구의 경우 1만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면서 전세 수요를 대거 흡수하고 있다. 이에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특히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 가을 이사 시즌이 분수령이다. 2017년 7월은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계약을 체결했던 시기다.

실제 KB부동산의 주간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17년 7월 둘째주부터 2018년 1월 첫째주까지 100.8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4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다. 7월까지 전셋값이 더 떨어진다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1만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가 입주한 송파를 비롯해 강동지역에 물량폭탄이 예고돼 있어 앞으로도 서울 전셋값 하락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전셋값 하락이 계속되면 2017년 7월 이른바 '상투'에 전세계약한 세입자의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 여름부터 집주인과 세입자의 갑을관계가 바뀌는 역전세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하고 집값까지 떨어지면 전셋값보다 집값이 더 낮은 '깡통전세'가 발생할 수 있다.

아직 서울이나 수도권은 버틸 여력이 있어 단기간에 깡통전세가 나오진 않겠지만 이미 시장침체가 본격화된 지방의 경우 깡통전세로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질 우려가 나온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포럼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에 따르면 경남지역의 지난해 12월 전셋값은 2년 전인 2016년 말 대비 12.7% 하락했다. 울산(-9.6%), 충남(-9.3%), 경북(-8.2%)의 사정도 좋지 않다. 서울의 경우에도 올해 전셋값이 7.4% 이상 하락할 경우 역전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전세난이 이어지면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돈을 마련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급매가 나오면서 집값이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아파트 준공물량은 39만2000호로 지난해 44만3000호에 이어 신규 입주물량이 상당하다"면서 "이 같은 입주물량 과잉이 전셋값은 물론 주택매매가격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역전세·깡통전세 등 부동산 하락 신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수치도 등장했다. 서울보증보험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은 지난해 1607억원으로 2017년(398억원)의 4배를 넘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