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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식용견 농장 대부분 적자..문 닫는다니 가족들도 반기네요"

폐쇄 개농장주 운영 어려움 토로

"애완·식용견 농장 대부분 적자..문 닫는다니 가족들도 반기네요"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네셔널(HSI) 활동가가 지난 13일 충남 홍성 개농장에서 번식용으로 길러지던 개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강규민 기자

【 홍성(충남)=김성호 기자】 "젊은 사람들이 개를 안먹으면서 가격도 떨어져서 이제 (개농장은) 돈을 벌지 못해요."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3일 국제 동물구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가 충청남도 홍성군의 한 개 농장을 폐쇄하는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이날 폐쇄된 개농장주 이모씨(62)는 개농장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개고기가 보신음식이란 오랜 인식이 유통과정의 불신과 젊은 층의 외면 속에서 무너져가는 것이다. 수년 간 개고기 소비가 급감하며 기존 농가 상당수가 애완견 공급업자로 변신을 꾀하기도 했지만, 기술과 자금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8년전 개농장을 시작한 이모씨가 애완견 공급 농장까지 운영한 지는 만 4년이 됐다.이씨가 식용견 농장을 시작한 것부터 애완견 공급 농장으로 전환한 것. 다시 사업을 접는 것 모두가 사업성 부재 때문이다.

이씨는 "보증을 잘못 서며 생활이 어려워지자 지인이 개 네 마리를 줘서 그걸 종자삼아 (농장을) 시작했다"며 "개가 많이 늘어나니 일이 힘에 부치고 허리도 안 좋아져서 힘이 들었다. 거기다 젊은 사람들이 개를 점점 안 먹으면서 가격도 떨어져서 이제는 사실상 돈을 벌지 못한다고 보면 될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씨는 이어 "식용견으로 치면 8년 전엔 근(600g)당 4500원 정도 됐다면 이제는 2800원 수준"이라며 "그마저도 제 값을 쳐주는 업자를 만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애완견도 사정이 썩 낫지 않다. 이씨는 "기르는 개는 기술이 많이 필요한데 그게 없으니 계속하기가 힘에 부친다"며 "아무리 어린 개라도 사는 사람은 활달하고 귀엽게 보이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서 낳은 새끼를 들고 가면 잘 움직이지도 않고 눈도 감고 있으니 값을 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먹는 것만 해도 한 달에 80만원은 족히 나가는 것 같다"며 "버는 돈이 그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HSI에 연락한 것에 대해 이씨는 "지난 여름부터 (농장을) 닫기로 결심했는데 (키우는 개들이) 워낙 많아가지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산다는 사람도 없고 값도 제대로 못 받을 바에 이렇게 개 좋아하는 사람한테 보내기로 하니 나도 마음이 편하고 고맙다"고 웃었다.

단체로부터 어느 정도 돈을 받고 개를 넘기기로 했다는 이씨는 구체적인 금액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을 닫는 개 농장은 이곳만이 아니다. 앞서 HSI를 통해 키우던 개를 처리한 지인이 이씨에게 이 단체에 연락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이씨는 "인근에도 개농장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 일 하는 사람 중에 돈 잘 버는 사람 있단 말은 들어본 일 없다.
근처에 다른 농장도 거의 문을 닫았고 보신탕집도 찾을 수가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이씨의 전업은 가족들도 반기는 일이다. 서른과 스물아홉 두 딸을 뒀다는 이씨는 "냄새도 나고 몸도 힘든데 돈까지 안 되니 딸들이 개를 키우는 걸 좋아했겠느냐"며 "그동안 (키우는) 마릿수도 속이고 말했었는데 개들이 다 나가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