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망원시장
하루 평균 2만명 정도 찾아
장보기·1인 가구 상품 판매 등 시장 육성 위한 신사업 활발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게 돼
많은 눈이 내리던 지난 15일 서울 망원역에서 망원시장으로 가는 길에 많은 행인들을 볼 수 있었다. '금요일 오후라 조금 일찍 퇴근하는 사람들인가'라고도 생각했지만, 대부분은 망원시장과 주변 망리단길로 향했다. 망원시장 안으로 들어와 잠시 동안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주택가 근처의 작은 시장이 북적였다. 전국의 다양한 시장을 돌아봤지만 큰 이벤트 없이도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은 드물었다. 특히 연령대가 다양했다. 20대 커플들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장 보러 온 주부들, 노인들까지.
망리단길에 놀러왔다 망원시장에 처음 와봤다는 한 20대 여성은 "서울 재래시장이라고 하면 평상시엔 사람 없이 한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백화점 보다 북적여서 놀랐다"며 "입구엔 우리랑 비슷한 나이의 상인들이 먹거리도 팔아 입도 심심하지 않게 구경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장 상인에게 분위기를 묻자, 그는 "하루 평균 2만명 정도는 온다고 한다"며 "오후 지나면 유모차 끌고 다니기 힘들다"고 웃으며 답했다.
■"준비된 시장에 기회가 왔다"
250m 길이의 거리에 80여 상점이 모여있는 작은 시장, 망원시장이 다른 시장과 다른 특별함은 무엇일까.
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운 때가 맞았던 것 같다. 방송사들이 상암동으로 오면서 가까운 우리 시장으로 많이 취재를 오면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홍대상권이 넓어지면서 망리단길도 생기면서 시너지가 난 것 같다"고 전한다.
그러나 망원시장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이끌고 있는 황재오 사업단장의 이야기는 다르다. 지난 2017년부터 망원시장에 있었던 황재오 단장은 "상인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황 단장은 "취재환경이 좋은 건 맞다"면서도 "단순히 가까워서가 아니다. 시장 위생부터 상인들 마음가짐까지 잘 갖춰져 있다보니 방송계 용어로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동아리에서도 동영상을 제작하러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대에 있던 상점, 문화인들이 가까우면서도 저렴한 곳을 찾아 이동하면서 망리단길이 생겼다"며 "그러나 망리단길을 하나의 골목으로만 보면 안 된다. 실제로 카페나 상점은 망원시장을 둘러싼 2차 시장 형태로 망리단길이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단장은 "저렴하게 장을 보거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쾌적한 동네 시장과 주변의 독특한 상점과 카페가 있는 망리단길이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며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강 중류의 수몰지역이어서 집값도 저렴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역경제의 주체가 됐다. 주거지 안에 있는 서민 밀착형 시장으로선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다.
'다른 시장과 다르게 먹거리도 젊은 감각이다'라고 말하자 황 단장은 "닭강정과 고로케 등은 어찌보면 전국 어디에도 있는 상품"이라며 "'방문객들에게 시장을 어떻게 마케팅했느냐'가 방문객들의 시선을 바꾸는 것 같다"고 전한다.
실제 망원시장은 젊은 고객들도 시장을 즐길 수 있도록 젊은 감각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브랜드를 활용한 에코백도 백화점 에코백 못지 않았다.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상인회 관계자는 말한다. 사업단 관계자는 "정부에서 '시장 특성화사업 퍼주기 아니냐'고 예산을 삭감하려고 시장 실사를 왔는데 오히려 망원시장이 잘 되는 걸 보고 예산을 올려주기도 했다더라"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장 보기를 콘텐츠로… 다양한 실험
지금 충분히 잘 되고 있는 시장이다. 그렇기에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황 단장은 "자생력 강화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장보기 서비스'다. 대표적인 상품은 '걱정말아요 김대리' 서비스. 마포구 관내의 회사가 야유회나 회식을 할 때, 망원시장에 신청하면 장을 직접 봐주는 것이다. 시장 내에 장보기 전문가와 배송센터가 있어 가능하다. 뷔페 등에서 쓸 수 있는 조리기구도 대여하고, 일반 장보기 배송 서비스도 마포구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상인회 관계자는 "많은 땐 하루에 주문이 20개 가까이 온다"며 "사회복지기관 등 대규모의 장을 봐야하지만 직접 오기 힘든 기관에서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지난 2016년 골목형 사업을 할 때부터 시작했다. 지난 2016년엔 1인 가구를 위한 꾸러미 상품을 판매했다. 당시 주변에 살던 연예인들이 이용하면서 크게 흥행했다. 황 단장은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스마트카드와 협력해 티머니카드로 결제했을 때 환승 할인도 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들을 배려했다.
지역공동체를 위해 알맹과 모아 등 지역화폐를 활용하기도 하고,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시장 수익을 지역소외계층과 나누기도 한다.
최태규 망원시장상인회장은 "많은 노력들이 '장 보기를 콘텐츠로' 만들었던 것 같다"며 "망원시장은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관광거점시장이 됐다. 경동시장이나 남대문시장처럼 특성화된 콘텐츠가 없이, 젊음과 한국스러움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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