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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주제
김현진 예술감독  "비판적 젠더의식으로 풍요로운 시각서사 제공"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남화연, 반도의 무희, 2019, 멀티 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촬영 김익현, ⓒ남화연(남화연, 이미지 출처_확인중) /사진=fnDB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정은영,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2019, 비디오 사운드 설치, 가변크기 ⓒ 정은영 /사진=fnDB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2019, 필름 스틸, ⓒ 제인 진 카이젠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2019년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의 전시 제목이다.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2017)의 첫 문장에서 빌려왔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가 오는 5월 11일 공식 개막해 약 200일간 펼쳐진다. 한국관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를 주제로 한국과 동아시아 근대화의 역사와 현재를 젠더 복합적 시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한국관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고, 지난해 6월에 선정된 김현진 예술감독(KADIST 아시아 지역 수석 큐레이터)이 전시를 총괄하며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등 세 작가가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한다.

김현진 예술감독은 5일 오후 2시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움직이는 신체와 소리, 빛의 향연이 촉발하는 감각적인 오디오비주얼 설치들이 매혹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각예술의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근대화의 역사를 다시 읽고 쓰고 상상하는 영역이 확장되어 왔는데, 이것을 더욱 혁신적으로 견인할 주요한 동력은 바로 젠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한 세기의 역사들을 규정해온 서구중심, 남성중심 등의 범주를 더욱 더 반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비판적 젠더의식을 통해 한층 역동적이고 풍요로운 시각서사를 제공할 것이다.”

전시는 과거 역사의 범주로부터 추방되고, 감춰지거나 잊히고, 버림받거나 비난당했던 이들을 새로운 서사의 주체로 조명한다. 전시 주제는 각 작품의 맥락과 더불어 ‘역사(History)’의 억압이나 시련에 상관없이 세상과 당당히 마주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자기 확신을 함축한다.

참여작가 3인은 춤, 안무, 소리, 리듬, 제례의식 등의 다양한 퍼포먼스적 요소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시청각적 구현이 돋보이는 전시를 준비 중이다.

작가 남화연은 식민, 냉전 속 국가주의와 갈등하고 탈주하는 근대 여성 예술가, 최승희의 춤과 남다른 파격적 삶의 궤적을 사유하는 신작 ‘반도의 무희’ ‘이태리의 정원’(2019)을 선보인다. 다큐멘터리 형식이 아니라, 아카이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기반으로 고유한 안무적 리듬을 지닌 비디오 작업이다.

정은영은 생존하는 가장 탁월한 여성국극 남역배우 이등우와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세대 퍼포머들의 퀴어공연 미학과 정치성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다채널 비디오 설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2019)을 내놓는다. 이 작품은 한국관의 초입에 배치, 그동안 주변화된 퀴어들을 전면에 전폭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한국관 전시 서사의 처음을 담당한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국계 덴마크인 제인 진 카이젠은 버려진 딸의 이야기인 바리설화를 근대화 과정의 여성 디아스포라의 원형으로 적극 해석, 분리와 경계의 문제를 사유하는 신작 ‘이별의 공동체’(2019)를 선보인다.

김현진 미술감독은 “우연찮게 세 작가 모두 비디오 작업이라 극장 속 세 개의 극장 개념으로 공간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전시공간의 높고 낮음, 밝음과 어두움, 안과 밖 등의 양가성이 존재하게 꾸며진다”고 설명했다. 곡선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한국관이 설치될 건축물 자체가 복잡한 선으로 이뤄져 있어서 복잡한 곡선을 더 부여해 중층적 의미를 부여할 예정이다.


그는 또 올해 전시의 차별점으로 "한국관을 작가 프로모션의 용기로 활용하기보다 개별 작품 및 전시 제작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9년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5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및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개최된다. 한국관은 5월 9일 오전 11시에 국내 기자를 대상으로, 오후 1시 30분에는 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스 오프닝을 진행하며, 오후 3시 30분에 개막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