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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8월 4일까지 

[이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서울시립미술관) /사진=fnDB

[이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서울시립미술관) /사진=fnDB

[이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서울시립미술관) /사진=fnDB

[이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서울시립미술관) /사진=fnDB

[이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서울시립미술관) /사진=fnDB


데이비드 호크니(82)는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생존하는 가장 인기 있고 다재다능한 영국 미술가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이 약 1,019억(약 9,030만달러)에 낙찰되며 현존 작가 중 최고 작품가를 기록했다.

영국 요크셔의 브래드퍼드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호크니는 1960년대 런던 왕립예술대학을 다닐 무렵부터 영국 데이트미술관의 눈도장을 받았다. 26세에 첫 개인전을 열었고, 32세에 첫 주요 회고전을 갖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호크니를 유명하게 한 1970년대의 수영장 그림, 2인 초상화, 1980년대 포토콜라주 그리고 거대한 풍경화로 돌아온 최근의 행보까지 그는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전통적인 드로잉부터 종이 판화, 에칭, 캔버스에 유채나 아크릴릭, 포토콜라주, 사진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의 그림 그리기를 시도해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이 시대의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또 '새로운 지식, 기술에 대한 탐구와 열정은 팩스기와 복사기 그리고 컴퓨터드로잉을 예술의 범주 안으로 끌어들였고,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손에 든 태블릿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회화의 범주를 넓히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 놀랍다.

지난 2017년, 80세 생일에 맞춰 1년간 영국 테이트미술관,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순회한 회고전에는 100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 지난 3월 22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영국 테이트미술관을 비롯한 총 8개의 해외 기관으로부터 대여한 호크니의 회화, 드로잉, 판화 133점을 일곱 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선보인다. 그의 초기, 중기, 현재에 이르는 작품을 시간순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호크니의 작품을 폭넓게 아우른 ‘포괄성’이 특징이다. 또 호크니의 대표작 ‘환영적 양식으로 그린 차(茶) 그림’(1961), ‘더 큰 첨벙’(1967),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 ‘움직이는 초점’ 시리즈(1984~86), ‘다른 쪽’(1990~3), ‘더 큰 그랜드 캐니언’(1998) 그리고 최근작인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2017)까지 전시한 '거의' 모든 작품이 국내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뉴스에 오르내린 1000억대 작품은 물론 없다. 대신에 그 시기 작업하여 오늘날까지 대중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1960~7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기의 작품, 자연주의 시기의 2인 초상화 등을 볼 수 있다.

호크니는 1960년대 동성애가 불법인 시절, 미국 LA의 자유로움에 매료돼 1964년부터 산타모니타 인근에 거주하며 도시의 뜨거운 햇빛, 수영장, 도시의 유리 등을 표현하는데 몰두했다.

이번 전시는 또 피카소의 입체주의와 중국 회권(두루마리 회화)에 영향을 받은 다시점 구도의 작품을 접할 기회다. 피카소를 존경한 호크니는 1973년 피카소 사후 그의 화풍에 한동안 몰두했다. 또 그는 20세기 후반 판화사에 의미있는 기여를 한 중요 작가로 손꼽히는데, 다양한 판화 기법을 실험적으로 시도한 시리즈 작품도 이번에 전시된다.

대규모의 풍경화 및 최근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작품도 볼수 있다. 단, 1980년대 폴라로이드 결합 작품과 포토콜라주 작품은 작품 수급의 어려움으로 제외됐다.

근작이 전시된 ‘호크니가 본 세상’ 섹션에는 전시장 벽면을 가득 메운 대규모 풍경화가 장관이다. 가로 12미터, 세로 4.6미터. 호크니의 작품 중 가장 큰 규모인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는 관객이 그림에 다가갈수록 실제 나무숲에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60대에 다시 고향에 돌아와 LA와 다른 자연의 풍광에 매료돼 작업한 이 작품은 총 50개의 캔버스가 모여 하나의 전체를 이룬다.

강렬한 붉은 색이 눈길을 사로잡는 ‘더 큰 그랜드 캐니언’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높이가 2미터 폭이 7미터에 달하는 이 작품은 총 60개의 캔버스로 이뤄져있다. 호크니는 1980년대부터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다른 실재들을 2차원 평면에 어떻게 재현할지 연구해왔다.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는 아직 테이트미술관에도 걸린 적 없는 대형 최신작이다. 3000장의 사진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어 붙여 제작한 하나의 사진 드로잉 작품이다. 최근 호크니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확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1984년 2월, 멕시코 개인전 방문을 위해 이동하던 중 차가 고장 나 묵게 된 아카틀란의 한 호텔 중정에 영감을 받아 그린 '호텔 우물의 경관 III'는 선명한 색감과 다시점으로 공간을 묘사한 방식이 흥미롭다. 호크니가 '움직이는 초점'이라고 지칭한 시기의 작품으로, 관람자가 그림 밖 부동의 점이 되어버리는 기존의 원근법을 탈피, 마치 관람자가 직접 움직이며 공간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호크니는 “눈은 언제나 움직인다. 눈이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눈이 움직일 때, 내가 보는 방식에 따라 시점도 달라지기 때문에 대상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실제로 다섯 명의 인물을 바라볼 때 그곳에서 1천개의 시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승아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호크니에 대해 “가장 전통적인 회화에 동시대적 현대성을 끊임없이 부여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현대 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삶과 작품 세계를 직접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8월 4일까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