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경매 방식으로 팔거나, 거래소 지갑에 암호화폐를 넣어두기만 해도 이자를 지급하는 등 색다른 방식을 도입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만을 수익모델로 하던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보다 친숙한 금융서비스 회사로 이미지를 전환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블록체인 플랫폼 ‘아이콘’을 활용하고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벨릭’이 암호화폐 거래소 ‘벨릭’ 서비스를 시작했다. ‘벨릭’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열면서 경매형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인 ‘IAO(Initial Auction Offering)’를 내세웠다.
■벨릭, 암호화폐 경매 방식으로 판다
벨릭은 오는 30일 총 50개의 비트코인을 IAO 방식으로 판매한다. 최소 입찰가격은 IAO 당일 비트코인 가격의 35%부터 시작한다. IAO가 시작되면 이용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비트코인 수량과 가격을 제시한다. 이 가운데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한 이용자부터 원하는 양의 비트코인을 가져가게 된다. 같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으면 선착순으로 우선권을 준다.
지난 25일 문을 연 암호화폐 거래소 '벨릭'은 암호화폐를 경매 방식으로 판매하는 'IAO'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벨릭 관계자는 “벨릭이 IAO의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은 모든 주문을 통합한 뒤 단일 가격을 결정한다”며 “암호화폐를 더 원하는 사람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함으로서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고,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더라도 그와 동일하거나 또는 그보다 낮은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벨릭은 암호화폐 거래소 외에도 다양한 암호화폐 관련 금융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벨릭(VELIC)이라는 이름처럼 금고(Vault), 거래소(Exchange), 대출(Loan), 투자(Investment), 크립토자산(Crypto Assets)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계정으로 벨릭의 통합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암호화폐에 이자 주고 모의투자 서비스도 제공
지난해 11월 문을 연 ‘퀀티’ 거래소도 특이한 시스템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암호화폐를 거래소 지갑에 보관하면 그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할때는 오히려 거래를 하지 않고 지갑에만 보관해두고 이자만 받아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퀀티는 코스닥 상장사인 세종텔레콤이 투자한 에이프릴컴스가 개발한 거래소다. 에이프릴컴스는 자체 거래소 엔진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이 다른 거래소나 다른 지갑으로 암호화폐를 빼내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퀀티 거래소에서 거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퀀티는 이용자들의 암호화폐를 100% 인터넷과 분리된 안전한 지갑에 보관해 해킹 등의 우려도 최소화했다. 또 ‘퀀티’는 이용자들이 급격하 시세 변동으로 인한 투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시간 동안 주문체결을 유예하는 ‘변동성 완화장치’도 도입했다.
실제 암호화폐 투자에 앞서 모의투자로 암호화폐 거래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거래소도 있다. 지난 1월말 문을 연 암호화폐 거래소 ‘텐앤텐’을 서비스하는 에이블엑스는 ‘에이블랭킹’이라는 모의투자 거래소를 운영하는 회사다.
암호화폐 모의투자 서비스 에이블랭킹을 서비스하는 에이블엑스가 지난 1월부터 실제 암호화폐 거래소 '텐앤텐'을 운영하고 있다.
‘에이블랭킹’은 이용자들이 실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처럼 모의투자를 진행한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이용자들에게는 상금으로 실제 암호화폐를 지갑한다. 에이블랭킹에서 암호화폐 투자를 체험해본 뒤 텐앤텐 거래소에서 실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를 활용한 종합 금융 플랫폼이나 암호화폐 관련 결제 플랫폼 등으로 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많아지고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이른바 토큰 이코노미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거래소의 역할도 더욱 커지고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보안’도 강화하는 추세
한편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정보보화 관련 국제 인증인 ISO 27001이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앞다퉈 받고 있다. 거래소가 해커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보니 보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이 이미 이같은 인증을 모두 받았다.
중견 거래소들도 보안 강화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후오비코리아와 캐셔레스트 등이 ISMS 심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 거래소인 ‘퀀티’는 이미 ISO 27001 인증을 받았으며 KISA의 ISMS 심사도 받고 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