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단골인 임대 사업자들, 9.13 대책으로 대출 막히자 경매 시장 떠나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법원 경매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면서 사람이 제일 많고 고급 매물 역시 많이 나오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입찰(경매)법정도 한산한 모습이다.
"오늘도 썰렁하네요. 요즘은 경락대출 알선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습니다. 경매 컨설팅업체들도 일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 입니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4별관 211호 입찰(경매)법정 안팎은 한산했다. 입찰이 본격 시작됐지만 150석이 넘는 좌석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10여명에 불과했다. 법정 밖 복도에도 경매 정보지를 나눠주는 경매정보업체 요원을 포함해 3~4명만이 보였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지난해 9·13 대책 이후부터 분위기가 쌀쌀했는데 올들어 더 냉랭해졌다"면서 "서울중앙지법이 원래 사람이 제일 많고 고급 매물도 많이 몰리는 곳인데도 이렇다"고 말했다.
입찰 마감시간을 30분 앞두고 사람들이 조금씩 몰리기 시작하더니 입찰 마감시간을 10분 앞둔 오전 11시 50여명으로 불어났지만 전좌석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한창 경매 열기가 뜨거웠을 당시 법정이 가득 찼던 것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이다.
주로 경매를 통해 주택을 낙찰받던 임대 사업자들이 9· 13 대책으로 대출이 막히면서 이 중 몇 몇은 벌써 경매 시장을 떠났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장 팀장은 설명했다.
차분하다 못해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입찰이 진행됐다. 입찰자들은 경매법정 양쪽에 설치된 6개의 칸막이에서 입찰가격을 적고 입찰표를 넣은 누런 봉투를 투명한 함에 넣었다. 입찰 전 법정 앞쪽에 비치된 데스크탑을 통해 입찰사건 목록을 확인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부분이 실제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었다. 연령대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심진화 담당요원은 "예전에는 경매학원에서 탐방을 오는 수강생들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개찰 시작합니다" 법원 관계자가 말하자 분위기는 더욱 조용해졌다. 이날 14개 경매물건 중 4개가 낙찰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곳곳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강남 지역 아파트 2곳과 상가 1곳, 관악구 주상복합 아파트 1곳이었다. 강남 지역 아파트 2곳은 1차례, 관악구 주상복합 아파트는 2차례, 강남 지역 상가는 4차례 각각 유찰된 물건이었다.
먼저 관악구 봉천동의 18.7평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에 5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감정가(2억1000만원)의 89%인 1억8600만원에 낙찰됐다.
두번째 개찰이 진행된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4차 51.9평 아파트는 이날 가장 많은 입찰자가 몰린 물건이었다. 법원 관계자가 입찰자를 부르자 10명이 우르르 달려나갔다.
이날 낙찰을 받은 응찰자는 최고가인 18억2500만원을 써낸 사람이었다. 감정가(18억8000만원)의 97% 수준이고 시세 20억원 초반에 비하면 2억원 가량 저렴한 금액이다. 개찰 결과를 발표하자 17억2500만원의 응찰가를 써낸 2위 응찰자가 차순위 매수를 신고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들썩거렸다.
3개동, 총 264가구인 개나리4차는 올해 상반기 HDC현대산업개발이 총 5개동, 499가구 규모로 재건축해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경매에 나왔으나 1차례 유찰된 뒤 이날 입찰 결과에 관심이 쏠렸었다.
장 팀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경매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라며 "경매시장이 좋지 않아도 이런 물건들은 인기가 많아 한차례 유찰된 뒤 낙찰이 된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 현대빌라트 아파트는 이날 2차례 유찰 끝에 1명의 응찰자가 나서면서 감정가의 89%인 16억원에 낙찰됐다.
강남구 개포동 우성9차 종합상가 지분경매의 경우 3차례 유찰 끝에 이날 2명이 응찰, 감정가의 44%인 4억5100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법원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강남 아파트 등 알짜 매물들은 1차례 유찰 뒤 대부분 낙찰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장 팀장은 "지난해 물건이 유찰되고 올해 물건이 쌓이고 있고 1차례 유찰은 징크스가 되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경매물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강남 아파트 등 인기있는 물건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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