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근대골목'에서 만나는 달구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예술
도심 속 시골여행 즐기고 싶다면 사문진 나루터, 성산 화원동산
앞산전망대에선 대구 시내가 한눈에..근처엔 카페거리·안지랑곱창골목
대구만의 '납작만두'도 별미
일반적으로 대구하면 복잡한 대도시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높은 빌딩 사이로 자동차가 가득한 도로를 보면 다른 대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대구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정감 어리고 따뜻한 풍경도 가지고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시장이 그렇다. 여행객은 북적이는 도심을 헤집고 다니는 아기자기한 재미와 그 속에 피어나는 활력을 보기 위해 대구를 찾는다. 골목 투어를 떠나고 근대 문화유산을 찾는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겨진 거리, 그 사이를 거닐다 보면 그동안 내가 알던 대구가 아닌 또다른 대구의 역사가 눈 앞에 펼쳐진다.
대구 근대골목 4코스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 불로동 고분군 둘레길, 지금은 카페가 된 북성로 공구박물관, 송해공원 전경.(사진 위부터) 사진=조용철 기자
【 대구=조용철 기자】 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근대골목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과거는 새로운 시간들과 만나 오늘의 순간을 한층 눈부시게 만든다. 근대골목 1코스는 북성로와 서성로를 중심으로 달구벌의 옛 시절을 주제로 엮은 길이다. 대구 역사 뿐 아니라 과거와 현대가 어떻게 함께 공존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옛 향수를 그대로 간직한 북성로,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한 대구예술발전소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여행객들은 과거 속으로 들어와 있다. 젊음과 예술을 만끽하기 위해선 근대골목 4코스를 찾아가자. 근대골목 다섯 코스 가운데 가장 길다. 갤러리들이 모여있는 봉산문화거리부터 김광석의 음악을 길을 걸으며 느낄 수 있는 김광석다시그리기길까지 길을 따라 풍경 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 흠뻑 빠질 수 있다.
대구에서 비교적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담고 싶다면 달성군으로 가보자. 대구 시내 여행 코스와 달리 관광객에 떠밀려 시간에 쫓기듯 둘러보지 않아도 된다. 도심 속 시골 여행을 하기 위해 사문진나루터를 찾았다. 이곳은 한때 낙동강 하류를 대표하는 나루터 중 하나였다. 사문진 나루터는 1900년 3월 사이드 보텀 선교사 부부가 대구 지역 교회로 부임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를 들여온 곳으로 유명하다. 매년 이를 기념해 피아노 100대를 낙동강변에 설치한 뒤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2017년엔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가수 정동하, 바리톤 김동규가 참가해 무대를 이끌었다. 나루터를 돌아보다가 출출하면 사문진주막촌으로 걸음을 옮기자. 소고기 국밥과 파전, 잔치국수, 막걸리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여행에 지친 허기를 달랜다. 이곳에선 유람선을 타도 좋다.
나루터 옆 성산에 자리한 화원동산은 대구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오리전기차를 이용하면 매표소에서 약초원, 동물원, 피아노계단을 거쳐 전망대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성산에 자리 잡은 토성은 신라 선덕왕 시절 축조된 것으로 모양이 잔처럼 생겼다고 해서 '배성' 또는 '잔뫼'라고도 부른다. 버드나무가 울창한 산책로를 걷다보면 달성습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5분 더 걷다보면 낙동강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문진나루터에서 달성군 기세리 방면으로 가다보면 최근 새 명소로 떠오른 '옥연지 송해공원'과 만난다. 송해공원에는 명칭 그대로 '국민 MC' 송해의 동상과 함께 송해 캐릭터가 그려진 아치형 구름다리, 얼음동산, 물레방아, 송해둘레길 등으로 꾸며졌다.
대구 북쪽과 서쪽을 감싸 흐르는 금호강 동편 나지막한 구릉엔 불로동 고분군이 있다. 크고 작은 무덤 210여기는 삼국시대인 5세기 전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로동 고분군은 낮은 구릉에 있지만 대구분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고분 사이로 난 산책로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걷기 명소로 팔공산 올레길과 이어진다.
대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보기 위해 앞산전망대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도심에서 5㎞ 이내로 접근성이 좋고 완만한 등산로와 산책로는 가벼운 트레킹에도 알맞다. 앞산전망대의 하이라이트는 대구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다. 빼곡히 들어선 건물이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금호강, 팔공산의 웅장한 광경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투명한 통유리 난간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더 매력적이다. 야경을 보려고 전망대에 오르는 여행객들을 위해 밤에도 불을 밝혀둔다.
사문진주막촌의 납작만두와 오징어무침회, 미주구리무침회. 사진=조용철 기자
안지랑곱창골목에서 파는 안지랑곱창. 사진=조용철 기자
앞산공원 근처에는 앞산카페거리와 안지랑곱창골목이 있다. 안지랑곱창골목에 있는 가게에선 주로 돼지 생막창과 곱창을 주로 판다. 이곳은 주문방식도 남다르다. 1인분, 2인분이 아니라 '한 바가지, 두 바가지'다. 한 바가지는 보통 3명이 먹기 적당한 양이다. 곱창을 맛있게 먹으려면 스킬이 필요하다. 양념곱창은 철판에 재빨리 굽는다. 반면 통째 나오는 막창은 시간을 들여 굽다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자른다. 막창은 막장에 찍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막장은 묽은 듯한 된장에 송송 썬 파와 고추를 넣었다.
고소한 막창과 구수한 막장이 잘 어울린다. 얇은 만두피에 당면을 넣고 반달모양으로 빚어내는 납작만두도 별미다. 기름에 튀기듯 지져 쫀득하고 바삭한 납작만두는 떡볶이, 쫄면 등 매콤한 음식에 곁들어 먹으면 그 맛이 한층 좋아진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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