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 체질개선 추진 박용현 공인중개사협회장
협회가 부동산 데이터 제공
중개업 생존 역량 강화방안 제시..부동산정책엔 “역효과” 쓴소리도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이 서울 관악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회관 협회장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회장은 "협회를 분권화시켜 하부조직이 탄탄해질 수 있도록 해 강력한 단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인중개사협회 제공
대담=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
지난해 9·13 대책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매매거래가 급감하며 공인중개업계가 '기근'을 겪고 있다. 올해 봄 이사철 성수기에도 급매물만 간간히 팔리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월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말에는 2013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전국 공인중개소 폐업건수가 개업건수를 넘어서는 역전현상도 벌어졌다. 다수의 공인중개사들이 '거래절벽'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전·월세 이중계약'으로 보증금을 빼돌리는 중개사 또는 중개보조인의 사기행각이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부동산 허위매물·과장광고와 부동산 중개료율 상한제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이처럼 '위기와 격변'의 한가운데 지난 1월 제12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에 취임한 박용현 신임 회장(62)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들어봤다.
서울 관악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회관 4층 협회장실에서 만난 박용현 회장은 여러 차례 '변화'를 강조했다. '변화해야 한다'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변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용현 회장은 지난 1월 8일 전국 171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신임 회장 선출 선거에서 총 2만6317표중 1만5207표(57.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는 선거 공약으로 △무료연수교육 전국 확대 △자격시험 상대평가 관철 △공제료 인하 추진 △정보망 개편 △중개보수 현실화 추진 등을 내걸었다.
박 회장은 이번 선거에 대해 "예전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변화의 요구가 컸다"며 "근본부터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먼저 현재 협회 조직이 '덩치만 컸지 내실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회원수 10만5000명에 달하는 큰 단체임에도 중앙에만 집중돼있다"며 "협회를 분권화시켜 하부조직이 탄탄해질 수 있도록 해야 강력한 단체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회장 권한을 많이 내려놓고 밑창이 튼튼해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협회는 최근 자체 조직성과 분석을 통한 중장기 전략, 효율적인 조직운영 방안, 조직구조 재설계를 통한 적정인력 기준 마련 및 시·도지부 설치 적정성 판단 등을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조직 및 경영진단' 등에 관한 연구 용역을 입찰공고해 제안서를 제출받았다.
인식 변화를 위해 공인중개소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가 단순히 법률적 지식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시장가격과 세무·투자가치와 같은 경제적 지식뿐만 아니라 부동산관련 각종 지식이 종합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직업군임에도 영세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박 회장은 "정부에서 볼 때 공인중개소라고 하면 골목마다 들어서있는 이미지다. 그런 쪽으로만 각인돼있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개사무소도 법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요즘 변호사나 회계사도 개인이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개인 중개업자로는 영세성을 탈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나온 방책이다. 박 회장은 화성지역에서 20여년간 중개사로 활동했으며 화성시지회장을 거쳐 경기남부지부장을 두차례 역임했다.
그는 경기남부지부장을 지낼 당시 경기도청에서 개최한 공청회 에피소드를 꺼냈다. 당시 공청회 패널로 나온 한 언론사 관계자가 "공인중개소들이 어렵다고 하면서 가장 비싼 자리, 가장 좋은 자리에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당시에는 (그 말이) 와닿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현실성 있는 얘기였다"며 "중개소도 규모가 되면 굳이 상가 1층으로 갈 필요 없다. 변호사나 은행도 1층에 없다. 2~3층에 있어도 고객이 필요하면 찾아간다"고 말했다.
업계 생존과 역량 강화를 위해 협회가 직접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중개사들이 부동산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시세나 매물 현황 등 부동산 관련 통계정보 생산·제공의 주체가 되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한국감정원이나 KB국민은행 등이 일부 중개소들을 연결해 정보를 받고 있는데 우리는 모든 중개업소에서 정보를 전부 받을 수 있고 더 많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며 "정보가 실시간 모아지면 정부도 우리 데이터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중개사의 협회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4년 공인중개사법 제정 당시 공인중개사들은 협회에 강제가입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1999년 3월 31일 협회의 강제가입이 의무가입으로 변경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박 회장은 "협회가입을 의무화해 협회가 자율권을 가지면 무작위, 무등본 등 불법행위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럴 경우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투명해질 수 있고 관에서도 업무가 상당히 간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내놨다.
박 회장은 "정부 정책을 믿고 가면 손해보는 상황"이라며 "8·2 대책이나 9·13 대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책을 통해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알려줬다"며 "투기지역만 집값이 뛰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이 상당기간 침체될 것이며 지방자치제 세수도 상당히 타격받을 것"이라며 "연말쯤이면 이같은 문제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리=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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