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정원, 낙안읍성,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선암사 송광사, 고인돌공원
무엇을 보아도 다 좋다, 그래서 순천이다
조선시대 대표 읍성 가운데 하나인 낙안읍성 마을. 낮은 돌담길을 따라 동그란 초가지붕이 소담스럽게 모여있는 모습이 정겹다. 관람객들은 이 곳에서 길쌈, 풀무질, 국악기 연주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남도식 한상차림 '순천한정식'
물 위에 떠있는 미술관으로 유명한 순천만 국가정원 내 '꿈의 다리'. 14만여명의 세계 어린이, 자원봉사자가 함께 만든 공공예술작품이다.
【 순천(전남)=조용철 기자】 순천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국가정원을 이루는 정원도시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만발해 다채로운 향연이 펼쳐진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유일의 온전한 연안습지인 순천만에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정겹게 하늘을 날고,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갈대는 여행객을 반긴다. 세계 5대 습지 안에 드는 순천만습지는 리아스식 해안의 부드러운 곡선도 아름답지만 청정 갯벌에서 나는 신선하고 맛있는 식재료 또한 풍부하다. 고풍스런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낙안읍성과 천년고찰 선암사와 송광사, 드라마촬영장, 고인돌공원은 순천의 자랑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은 2013년 4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조성된 곳으로 순천 도사동 일대 정원부지 112만㎡에 나무 505종 79만주와 꽃 113종 315만본이 식재돼 있다. 순천만 정원과 순천문학관 구간(4.64㎞)을 오가는 소형 무인궤도 열차(PRT)를 운행하고 있어 순천만습지까지 이용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을 둘러보려면 동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코스는 동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한 바퀴 도는 구간이 무난하다. 그 길을 걷다보면 세계 정원의 이탈리아, 네덜란드 정원 등이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정원에선 풍차가 이채롭고 색색의 튤립이 아름답다. 순천만국가정원의 대표 사진 촬영지로 풍차 앞까지 갈 수 있다. 이탈리아 정원은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 가의 정원을 재현했다. 비록 계단 아래로 내려갈 수 없지만 정원의 구도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네덜란드 정원과 이탈리아 정원을 돌아본 후 동천을 끼고 꿈의다리로 이동한다. 꿈의다리는 30개의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든 175m의 다리 미술관이다. 세계 16개국 14만여명의 어린이가 그린 타일 그림으로 꾸며졌다
꿈의다리를 지나면 습지센터와 정원역과 만난다. 습지센터는 순천만습지 전시장으로 실내에 식당과 편의시설이 있다. 정원역은 순천만PRT 탑승역이다. 동천 풍경을 감상하는 용도로 이용할 만하다. 꿈의다리를 건너 동문으로 돌아갈 때는 순천호수정원 북쪽 이동로를 이용하면 된다. 순천호수정원은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순천의 지형과 역사를 빌려 디자인했다.
순천만습지가 있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은 '열린관광지'여서 홈페이지에도 열린관광지 정보가 잘 기록되어 있다. 무장애 코스와 주요 지점별 장애인 편의시설 설명을 덧붙여 안내한다. 미리 참고해 코스를 설계할 법하다. 생태공원 매표소를 통과하자 천문대, 자연생태관 등의 건물이 나온다. 광활하게 펼쳐진 1.2㎞의 갈대숲탐방로는 순천만습지의 하이라이트다. 갈대숲탐방로에 가기 위해서는 아치교인 무진교를 건너야 한다. 다리 입구와 출구까지 경사가 약 8~10도인데, 대체로 길이 순탄한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서 유일한 난코스라고 할만하다. 동반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동반인이 없을 경우 자연의소리체험관 관광안내소의 해설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8'자 형태의 데크 탐방로가 나 있어 키 큰 갈대 사이를 편하게 오갈 수 있다. 데크 아래 갯벌은 짱뚱어나 칠게 등이 볼거리다. 무진교를 제외한 대체로 길이 평탄하다. 갈대군락과 갯벌에 더해 순천만의 자랑인 S자 곡선 수로를 볼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용산이다. 순천만을 대표하는 아이콘을 굳이 말하라고 하면 단연 용산에서 내려다보는 일몰을 꼽을 수 있다. 용산전망대 가는 약 1㎞ 길도 몇 해 전 경사도를 낮추고 노면을 정비했다. 하지만 경사가 6~18도를 넘나드니 결코 만만하지 않다. 힘들게 오른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S자형의 갯벌은 후회하지 않을 장관이다.
옛 시간 속으로 빠져들기 위해 낙안읍성을 찾았다.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대표 읍성의 하나로 일종의 계획도시다. 낙안민속마을은 1385m의 성벽 안에 위치한다. 동문, 남문, 서문이 있는데 낙풍루가 있는 동문이 주출입로다. 동문에서 서문을 향해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 도로가 있고 도로 북쪽에 관아, 남쪽에 민가가 모였다. 이런 배치는 낙안읍성이 한양도성을 본떠 만든 계획도시임을 알려주는 형태라고 한다. 관람객들은 구불구불 이어진 고샅을 따라 거닐며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길쌈, 풀무질, 그네 타기, 천연 염색, 국악기 연주 같은 체험을 하고, 초가 민박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동문 바로 위 낙풍루로 올라가서 성곽을 따라 걸으면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느긋하게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서문과 남문의 중간 지점인 읍성 전망대에서 둥글둥글 초가지붕이 어깨를 맞댄 소담스러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안읍성민속마을 바로 앞에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 있다. 월간 '뿌리깊은나무' 발행인 고 한창기 선생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급 소장품 6500여 점이 전시·보관된 곳이다. 1976년 3월 창간한 '뿌리깊은나무'는 국내 최초로 한글 전용, 가로쓰기를 도입해 잡지계에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우리 문화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장소다. 전시장은 지하 1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관람한다. 박물관 전시실 앞에 단아한 한옥이 눈에 띈다. 거문고와 단소 명인 고 김무규 선생의 구례 생가를 옮겨 복원한 집이다. 영화 '서편제'에서 선생이 거문고를 연주한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순천 여행지를 둘러봤더니 허기가 진다. 순천만 꼬막을 이용해 회무침, 탕수육, 찌개 등 다양한 요리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화려한 한상차림은 눈과 입이 즐겁다. 순천은 꼬막정식이 유명하지만 장뚱어탕도 맛깔스럽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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