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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행사 강화 위해 지배구조 개선 필요"

기관투자자 주주권 행사 세미나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대리인에서 착실한 집사로.. 기관투자자도 변해야 하는 시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해서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대한 구체적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주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인해 기업경영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는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면서 "사회적 합의 수준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기준과 절차를 비교적 상세하고 투명하게 정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대한항공의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을 지배하던 이사의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졌고 실제로 재선임되지 못하면서 과도한 기업경영 간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해 6월 공개 서한을 통해 대한항공에 경영진이 초래한 법적·사회적 물의와 관련 주주가치 보존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외에도 SK,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등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관련해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박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우려는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이 근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지배구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부-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투자위원회로 구성되는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언급하며 "정부가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활용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불신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즉 기금운용위원회 및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여지가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연구위원은 "특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독립성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범용적인 세계관을 가진 위원들이 활동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동주의 주주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주주들과 소통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형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주주들의 국내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업집단 단위의 구조 개편에 연관된 대규모 계열회사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다른 주주들과 적극적인 피드백 등을 하며 소통을 하고 있다"라며 "상장기업들은 행동주의 투자자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와도 소통을 넓혀 나가면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이제 기관투자자는 투자자산을 잘 운용하기만 하는 과묵한 대리인이 아니라 착실한 집사로 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기업의 위법행위, 불투명한 지배구조,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관투자자의 성과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러한 경영환경의 변화는 그간 글로벌 시장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요소로 꼽았던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정책을 개선해 자본시장의 투자 매력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