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정보 빼내… 수사의뢰도" 쿠팡 "부정한 방법 없었다"
배달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e커머스 기업 쿠팡을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쿠팡이 외식배달서비스 '쿠팡이츠' 출시를 앞두고 배민라이더스의 매출 상위 50곳 음식점 업주를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 배민라이더스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매출정보를 부당하게 얻지 않았는지 이른 시일 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또 향후 법적 소송까지 검토하는 등 쿠팡의 '무리수'에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을 세웠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쿠팡이츠 영업사원은 이달 초 배민라이더스의 매출 상위 50곳 업주를 상대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들과 거래하면 큰 혜택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배민은 영업사원과 업주 간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고, 이를 공정위 제소 시 증거로 제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쿠팡 직원은 "배민라이더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과 독점 계약하는 조건으로, 지금까지 월 (음식 배달) 매출 중 최대치를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배민라이더스와 계약을 해지해 매출이 떨어져 업주가 손해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주의 최대 매출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마케팅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 우아한형제들 측 설명이다.
또 '배민라이더스와 계약을 끊고 쿠팡과 독점 계약을 제안'한 행위는 경쟁사를 부당하게 배제하는 것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는 게 우아한형제들 측 주장이다. 이를 공정위에 의뢰해 쿠팡이 위법한 행위를 했는지를 규제기관에서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공정위 제소에 그치지 않고 쿠팡이 배민라이더스의 영업기밀인 매출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경찰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쿠팡이 독점 계약을 제안한 상위 50개 음식점은 배민라이더스의 배달로 최대 5000만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는 곳으로, 공개된 정보로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내부적으로는 크롤링 또는 퇴직한 전 직원의 정보 유출을 의심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영업기밀인 데이터를 확보한 경위와 관련해 영업비밀보호법이나 저작권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면서 "이를 경찰에 수사 의뢰해 따져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영업사원의 표현이 과도했고 △배민라이더스가 공개한 주문수 등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추산한 자료로 부정한 방법을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조사를 했고, 새롭게 도전하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시장에서 여러 기업이 경쟁하면 이용자 혜택이 늘어날 수 있는데 점유율 60%가 넘는 사업자가 신규 진입자를 근거없이 비난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은 수십억원에 해당하는 마케팅비 지급을 약속하는 것은 일부 영업직원의 일탈행위가 아닌 쿠팡의 회사 정책이며, 매출정보는 주문수로 추산할 수 없다고 결론, 공정위 제소와 경찰 수사 의뢰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은 각각 배달앱과 e커머스를 대표하는 1위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배달시장이 업계 추산 20조원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쿠팡뿐만 아니라 위메프도 외식배달서비스 진출을 앞두고 있는 등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서비스는 이용자, 배송(라이더), 음식점 확보 삼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해 음식점 확보를 위한 영업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면서 "후발주자가 돈을 쏟아붓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쉽게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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